Z세대가 여고괴담을 본들, 그 안에 담긴 교실의 미묘한 풍경과 학생들이 느끼던 압박감에 공감할 수 있을까? 학교의 풍경과 학생들의 문화는 시간과 장소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밖에 없다. 다른 시간에서 다른 억압을 받고 있는 다른 세대들에게 그 살풍경을 꼼꼼히 담아내는 것만으로는 영화가 큰 감흥을 주기엔 부족한 면이 있다. 그러므로 직접, 원초적으로 느끼게 해줘야 한다. 이번에 개봉한 증국상 감독의 는 현 중국 입시제도의 폭력성과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감독의 독특한 연출력을 통해 훌륭하게
이 영화를 대했던 나의 첫 자세우리에겐 ‘해리포터’ 그 자체인 배우, 다니엘 래드클리프. 그는 탑 스타 반열에 올랐지만 시리즈 외에는 주로 B급 감성의 영화에 출연하는 기이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아마도 십 년 넘게 맡아온 해리포터 이미지를 벗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런 그가 이번엔 실화 바탕의 스릴러물에 도전했다. 프랜시스 애넌 감독의 다. 흑인 인권 운동과 감옥 탈출 스릴러가 한 데 섞인 특이한 작품이다. 이번에도 범상치 않은 선택을 한 그의 신작은 과연 어떤 작품일까? 호기심과 반가움을
*해당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소비의 객체로 몰린 건 언제부터였을까? 자본주의로의 이행에 따라, 자급자족하던 농경사회를 벗어나 도시에서 노동을 사고팔던 때부터 아닐까. 인간은 도시 생활 속에서 많은 부분 삶의 주체성을 잃고 살아간다. 하고 싶은 일을 직접 하는 게 아니라 ‘고용’되어서 하고, 잘리지 않기 위해 남 눈치를 보며 살아간다. 먹고 쓰는 것 역시 직접 구하지 않는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모르는 물건을 사 와 자신의 삶을 채운다. 소비에서도 생산에서도 개인은 전적인
*해당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 을 본 사람이라면 거짓말의 쾌감을 잘 알 것이다. 대담하고 재치 있는 거짓말로 파일럿에서부터 의사, 변호사가 되고 거기서 비롯된 부와 명예를 누리는 모습이 영화 속에서 속도감 있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관객은 진실이 드러날 위기를 모면하며 가까스로 이룩한 화려한 생활을 보면서 대리 만족을 느끼기도 하고, 더 나아가 거짓 속에서 방황하는 주인공이 구원받게 되기를 갈망하기도 한다. 때문에 마침내 진실이 드러나고, 주인공
우리의 삶에서 늙음을, 세월이 흘렀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순간은 늘 갑작스럽다. 어느 날 쳐다본 거울 속에서 늙은 내 얼굴을 마주할 때, 오랜만에 찾아간 옛 동네에서 새롭게 그 자리를 채운 젊은 사람들을 볼 때. 나는 아직 젊은 것 같은데,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 생기보단 원숙이란 단어에 더 가까워진 나를 발견하게 된다.흘러가는 시간을 눈치챘으나, 할 수 있는 게 없음을 느낄 때는 또 얼마나 절망적인가. ‘젊음’을 질투하는 내 모습에 진절머리가 난다. 흘러가는 시간 앞에서 우리는 시시각각
사랑에 빠져본 적 있는가? 그 순간을 기억하는가? 그 사람과 눈이 마주친 순간, 다른 모든 게 정지하고 세상에 오직 그의 눈과 내 눈만 남아 오래도록 시선을 맞춰 본 적 있는가. 사랑이 다해갔을 때 우리의 모습은 어떤가. 더 이상 날 보지 않는 상대를 보며 슬퍼해본 적이 있다면, 시선의 맞춤이 곧 사랑의 본질이라는 말을 잘 알 것이다.시선은 다른 모든 것을 배제하고 사랑하는 두 존재를 구속시킨다. 사랑은 ‘시선’과 ‘폐쇄성’을 통해 완성된다. 단 둘만 있는 장소에서 서로를 향하는 집요한 시선, 여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