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염희선 기자> 케이뱅크가 인터넷전문은행 간 경쟁에서 끼인 샌드위치 신세에 놓일 위기에 처했다. 출범 이후 첫 흑자를 기록했지만 카카오뱅크에는 한참 뒤처진데다가, 10월 토스뱅크 출범으로 더욱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 토스뱅크와 달리 강력한 지원군을 갖지 못한 케이뱅크로서는 스스로의 힘으로 고객을 모아야 하는 한계가 약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지난 2분기 3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첫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케이뱅크의 이번 흑자전환은 가상화폐 열풍으로 인한 반사효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비트에서 신규로 가상화폐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케이뱅크 계좌가 꼭 있어야 하기 때문에, 업비트를 이용하는 가상화폐 투자자가 많아지면 케이뱅크 계좌와 수신금액이 증가하고 실적도 개선되는 것이다. 

문제는 가상화폐 투자자 위주의 고객 기반이 다른 경쟁 인터넷전문은행 대비 위태롭다는 점이다. 현재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시장 전반에서 가격 상승 추세가 지속되고 있고, 금융당국이 국내 거래소 단속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케이뱅크가 단기적으로 반사효과를 볼 수 있지만, 장기고객 확보 차원에서는 리스크가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가상화폐 투자 열풍과 침체가 반복되면서 케이뱅크로 유입되고 빠져나가는 고객이 있을 것"이라며 "이들 고객을 집토끼로 만들지 못하면 다른 경쟁 인터넷전문은행들에 고객을 빼앗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경쟁 인터넷전문은행 대비 케이뱅크의 가장 부족한 점으로 은행 서비스와 연계할 수 있는 기존 플랫폼의 부재를 꼽았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카카오톡'이라는 국민 메신저와 '카카오' 브랜드를 앞세워 빠르게 고객층을 늘려왔고, 눈에 띄는 성과도 달성했다. 카카오뱅크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159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56.2%가 증가했다. 월간 모바일 앱 이용자 수는 지난 6월 말 기준 1403만명을 기록했으며, 2분기 말 기준 고객수는 1671만명에 달한다. 카카오뱅크는 가파른 실적 증가와, 카카오 플랫폼에 대한 기대, 가입자 수 확보 등을 통해 최근 IPO에 나섰고, 흥행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다. 6일 기준 7만77000원대 주가를 형성하며 시가총액만 36조7000억원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코스피 시총 순위만 11위에 이른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고객수, 수신, 여신 규모 차이는 각각 2~4배가량 벌어져 있다"며 "카카오뱅크는 카카오 브랜드의 충성고객을 그대로 흡수해 고객수를 빠르게 확보했고, 낮은 대출금리, 고금리 예·적금 등 차별화전략으로 자리잡기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케이뱅크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 문제로 인해 자본금 확충에 어려움을 겪어왔고, 대출 중단도 자주 일어났다. 지난 7월에서야 1조2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영업 실탄을 마련했다"며 "현재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와는 격차는 좁히기 힘들정도로 벌어져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더해 오는 10월 토스뱅크가 출범하게 되면 케이뱅크는 인터넷전문은행 중 3위권으로 밀려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카카오뱅크와 비슷하게 토스뱅크는 모바일금융 플랫폼 '토스'라는 강력한 플랫폼이 든든히 뒤를 지키고 있다. 지난 5월 기준 토스 가입자는 2000만명을 돌파했고, 30대 이하가 56%에 달할 만큼 젊은 세대의 인기가 절대적이다. 더구나 토스앱을 이용하는 월 활성 유저는 약 1100만명으로 국내 금융회사앱 중 으뜸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금융서비스 확장 가능성도 검증받았다. 지난 3월 출범한 토스증권의 가입자가 세달만에 350만명을 넘어선 것이다. 업계에서는 토스뱅크가 토스증권보다 더 빠르게 가입자 수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나 토스뱅크처럼 기댈 수 있는 플랫폼이 없다는 것이 케이뱅크의 가장 큰 약점"이라며 "업비트를 이용하는 가상화폐 투자자들에만 기대다가는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대한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