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이봄 기자> 일본계 은행이 한국 기업의 신용장(letter of credit) 보증을 제한하는 ‘금융 부문 보복 조치’를 진행하더라도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무역거래 결제 형태가 신용장 방식에서 송금 방식으로 전환되면서 신용장 이용 비중이 전체 수입액의 1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증권·대출시장에서 일본에 대한 의존도는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말 기준 주식과 채권 시장의 전체 외국인자금 중 일본 자금은 각각 13조원, 1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비중의 2.3%, 1.3%에 불과해 일본에 대한 국내 금융시장 의존도가 낮은 셈이다. 

전체 수입액 기준 신용장에 의존한 대일무역 거래 결제 비중도 1998년 62.1%에서 지난해 15.2%로 46.9%포인트 감소했다. 같은 기간 송금 방식에 의존한 무역거래 결제는 15.3%에서 65.3%로 급증한 것과도 비교된다.

신용장은 국제무역거래에서 수입업자가 거래은행으로부터 받은 일종의 신용보증서를 말한다. 금융당국은 은행의 신용을 담보로 하는 거래비중이 큰 폭으로 감소해 일본계 은행이 국내 기업의 신용장 보증을 제한하더라도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국내은행의 대(對) 일본 수입 관련 신용장 중에서 일본계 은행의 보증 비중은 지난해 약 0.3%, 올 상반기 중 약 0.1%에 그쳤다.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일본계 외화차입금도 약 10조6000억원으로 전체의 6.6% 수준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외화LCR(고유동선외화자산÷향후 30일간 순외화유출)은 111.2%로 규제비율인 80%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신용장 거래 비중이 축소된 데 더해 과거와 달리 국내 은행 신용도가 일본계 은행보다 높아지면서 현재 국내 은행이 개설하는 신용장에 일본계 은행의 보증을 제공받는 비중이 매우 낮다”며 “한국 금융시장은 무역금융 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크지 않고 대체 가능성이 높으며 외환보유액도 충분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일본 금융기관이 한국을 대상으로 익스포져를 축소하더라도, 대체조달을 통해 충격완화가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국내은행은 일본 은행보다 높은 신용등급을 기반으로 국제금융시장에서 원활하게 외화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각각 AA, AA- 신용등급을 기록하며 일본의 JBIC(A+), DBJ(A), 미즈호·MUFG(A-)보다 같거나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은 향후 사태진행 추이를 예의주시하면서 컨틴전시 플랜을 점검하는 등 모든 가능성에 대처할 수 있도록 면밀히 준비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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