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이봄 기자> 최근 종영한 화제의 드라마 ‘SKY 캐슬’은 교육을 비롯한 우리 사회의 차별 문제를 그려낸 드라마다. 자녀의 명문대 입학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상류사회의 모습과 부(富) 대물림 수단으로 변질된 교육 현실을 잘 담아내 인기를 끌었다. 특히 SKY캐슬은 VIP를 대상으로 한 금융사의 영업 행태를 보여줘 금융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나금융연구소 백종호 연구위원은 “금융업권이 수수료 수익 증가 차원에서 VIP 고객을 주요 타겟으로 한 자산관리 비즈니스를 강화하면서 점포, 상품, 수수료는 물론 비금융서비스에서 고객간 차별로 양극화를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VIP 고객에 한정된 금융·비금융서비스 혜택

금융사들은 VIP 고객을 주요 타깃으로 한 자산관리 비지니스를 강화하고 있다. VIP 고객의 자산 증가를 바탕으로 수수료 수익을 늘려 수익모델을 다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금융사들은 VIP 고객을 전담으로 하는 VIP상담센터를 고소득자, 고액자산가가 많은 부촌에 밀집해 운영 중이다. 서울 중에서도 점포 밀집도가 가장 높은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에 PB센터를 비롯해 패밀리오피스, FP센터 등 VIP 센터를 잇달아 확충하고 있다.

VIP 상담센터는 금융상품은 물론, 부동산·세무 등 금융 관련 자문 외에도 외부 아웃소싱을 통해 자녀 입시, 해외연수, 유학 등 다양한 서비스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드라마에서처럼 ‘전적으로 믿어야 하는’ 유명 입시 코디네이터를 VIP 고객과 매칭하면서 고품질의 교육 서비스를 일부 계층이 독점하기도 한다. 금융사 VIP 상담센터는 교육뿐만 아니라 각종공연, 워크숍, 동호회 활동 등 폐쇄적인 커뮤니티를 형성하는데 기여한다.

이 같은 VIP 상담센터는 본래 의도와는 달리 일부 VIP 고객에게만 특혜를 제공, 자산 불평등과 소득 격차 심화에 일조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VIP 상담센터 가진 가장 큰 문제점은 고객별로 제공되는 상품과 가격에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VIP 상담센터를 이용하는 VIP 고객은 금리·수수료 등 각종 우대 혜택을 받으며, 리테일 상품 대비 수수료가 저렴한 기관투자자 전용 상품을 추천 받는다. 이와 더불어 VIP 고객은 일반 고객이 접근하기 어려운 중위험, 중수익의 대체투자 상품도 자산관리 포트폴리오에 반영하면서 수익률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된다.

백종호 연구위원은 “특정 지역 VIP 상담센터 밀집 현상은 금융소비자의 점포 이용 접근성에 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 지가가 높은 지역에 입주한 상담센터는 적자가 발생할 소지가 높고, 발생한 손실을 다른 부문의 수익에서 충당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며 “VIP 상담센터를 통해 제공되는 외부 아웃소싱 서비스의 경우 평판 리스크가 금융사로 전이될 수 있다”고 말했다.

포용적 금융 관점에서 VIP 특화 혜택 개선해야

4차 산업혁명으로 촉발된 디지털 혁신으로 오프라인 위주로 운영되는 VIP 자산관리도 변화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외 온라인 금융플랫폼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소액자산 관리가 가능한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으며, 금융소비자도 낮은 비용으로 맞춤형 자문을 받는 자문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러한 디지털 금융서비스 진전은 정보 불균형으로 부의 격차가 더 벌어지는 악순환을 낳을 우려가 있다. 취약계층의 정보력 한계가 빈익빈 부익부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VIP 고객 위주의 자산관리 전략은 제한된 자원이 효율적으로 이용되도록 자금 흐름을 중개하는 금융의 본질적 기능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금융의 사회적 책임을 감안해 금융사들은 부촌 중심의 VIP 상담센터 재배치를 통해 특정 지역이 금융서비스에서 소외되는 현상을 개선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먼저 정보제공의 공정성 및 투명성 제고를 위해 상품‧수수료 관련 공시를 보다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VIP고객들은 금리‧수수료를 우대받고 있지만 은행연합회 등 각종 금융협회는 수수료를 대략적으로 공시할 뿐 구체적인 수치는 알리지 않고 있다. 이에 상품‧수수료 관련 공시를 VIP 전용상품을 포함한 전 상품군을 확대해 관련 공시를 보다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로보어드바이저를 비롯한 자문서비스 혁신도 시스템에 투입되는 상품, 수수료 등 정보의 객관성에 방점을 두어야 형평성을 제고할 수 있다.

백종호 연구위원은 “VIP고객 위주의 자산관리 전략은 은행 수익성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자금 흐름을 중재해야 하는 금융사의 공공성과는 맞지 않는다”며 “현재 대략적으로 공시되고 있는 상품, 수수료 관련 공시를 세분화 해 금융소비자들이 불평등을 확인하고 의견을 적극 제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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