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이 10% 하락하면 3만2천가구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한국은행의 전망이 나왔다.(사진=이미지투데이)
전셋값이 10% 하락하면 3만2천가구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한국은행의 전망이 나왔다.(사진=이미지투데이)

<대한데일리=염희선 기자> 전셋값이 10% 하락하면 집주인의 1.5%는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19일 한국은행은 '최근 전세시장 상황 및 관련 영향 점검' 보고서를 통해 "전세가격 10% 하락 시 92.9%의 임대가구는 금융자산 처분만으로, 5.6%의 가구는 금융기관 차입을 통해 보증금 반환이 가능하다. 하지만 1.5%(3만2000가구)는 보증금 반환이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전세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전체 임대가구의 재무건전성이 양호하기 때문에 보증금 반환 부담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임대가구의 소득구성을 보면 고소득(4~5분위) 비중이 2018년 3월 기준 64.1%로 전체가구(40%)를 크게 상회한다. 실물자산도 많이 보유(가구당 평균 8억원)하고 있어 임대가구의 총자산(금융+실물 지산) 대비 총부채(보증금 포함) 비율은 26.5%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체 임대가구 중 총자산 대비 총부채 비율이 100%를 초과하는 가구 비중도 0.6%에 불과하다. 

보증금 반환이 어려운 가구의 부족자금 규모도 크지 않은 수준이다. 반환 부족자금 규모가 2000만원 이하인 가구는 71.5%였으며, 2000만~5000만원 21.6%, 5000만원 초과는 6.9%였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전세가격이 추가 조정되더라도 임대가구 대부분이 보유 금융자산 처분, 금융기관 차입을 통해 전세가격 하락에 대응이 가능하다"며 "다만 부채레버리지가 높은 일부 다주택자는 보증금 반환이 힘들 수 있다"고 밝혔다. 

임차인을 기준으로 보면 국내은행의 전세자금대출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92조5000억원이다. 전세자금대출은 주로 보증부(국내은행 전세자금대출의 약 98%)로 취급되고 있으며 부실 대출 발생 시 금융기관은 보증기관 대위변제를 통해 대출금 회수가 가능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세자금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0.18%로 전체 가계대출(0.25%)을 하회하고 있다. 

전세대출을 받은 임차인의 신용, 부채 현황은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고신용(1~3등급) 대출자 대출 비중은 81.9%, 비다중 대출자 대출 비중은 75.3%로 전체 대출자(고신용 70.3%, 비다중 67.3%)를 상회하고 있다. 전세자금대출의 취약차주 비중도 3.8%, 원리금 상환액 비율(DSR) 수준은 26.6%로 가계대출보다 낮은 편이다. 

하지만 전셋값 리스크는 점점 커지고 있다. 금융자산만 고려했을 때 임대가구의 보증금 반환 능력은 전반적으로 약화되고 있어서다. 

2012년 3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임대가구의 보증금은 연평균 5.2% 상승했지만, 금융자산은 3.2% 증가에 그쳤다.  이는 차입 및 갭투자를 통한 부동산 구입으로 임대가구의 금융부채(연평균 7.4%) 및 실물자산(6.1%)이 상대적으로 큰 폭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임대가구 금융자산이 전체적으로 보증금을 상회하는 수준이지만, 보증금·금융자산 비율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 금융부채 보유 임대가구의 경우 2017년 3월 현재 보증금이 금융자산의 9.16% 수준까지 높아졌다. 

전세 가격하락 현실화도 리스크 요인이다. 

지방 전세가격은 2017년 4월부터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수도권은 2017년 말 하락세가 지난해 9~10월 중 일시 주춤하다가, 11월부터 다시 하락세로 전환했다. 

전세가격 하락(월 평균) 시·도(광역지자체 17개) 수를 보면 2017년 5개, 2018년 11개, 2019년 1~2월 13개 지역으로 확대됐다. 서울, 경기, 인천은 올해 전세가격 하락 폭이 커지고 있으며, 경남, 울산 등 주력산업 침체에 따른 지역경기 부진이 가세하면서 큰 폭의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전세 공급 대비 수요 상황을 나타내는 전세수급지수도 지방은 2017년 1월, 수도권은 2017년 12월 이후 공급우위 기조로 전환했다. 

지난해 이후 전세가격 하락폭이 컸던 10개 시·도는 2018~2019년 아파트 입주물량이 2015~2017년 수준을 크게 상회하면서 전세수급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한국은행이 아파트의 전세가격(보증금) 변화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활용해 계산한 결과, 올해 들어 전세가격이 하락한 아파트 비중은 전국적으로 절반을 상회했으며, 10% 이상 크게 하락한 비중도 상승하고 있었다. 

2019년 1~2월 거래된 아파트 중 전세가격이 2년 전보다 하락한 비중도 52.0%(전국 기준)에 달하며, 그 비중도 2017년부터 대체로 상승세다. 같은 기간 전세가격 하락 아파트의 절반 정도(25.3%)가 10% 미만으로 하락했다. 전세가격이 10~20% 하락한 아파트 비중은 14.9%, 30% 이상 하락한 비중은 4.7%였다. 

보증금 규모가 작은 아파트에서 전세가격 하락폭이 크게 나타났다. 2019년 1~2월 중 전세가격이 10% 이상 하락한(2년 전 대비, 전국 기준) 아파트 비중을 보면 보증금 3억원 미만 아파트의 상승폭이 고가전세에 비해 높았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전세가격 하락은 입주물량 확대와 같은 공급측 요인 이외에 일부 지방의 경기 부진, 전세 가격 상승누적에 따른 조정압력 등 다양한 요인이 있다"며 "또한 외환위기와 금융위기처럼 전세가격 하락이 실물경제 충격으로 전세시장 전반에 나타나기보다 지역별, 주택별로 다르게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가격이 추가 조정되더라도 금융시스템 안정성 측면에서 위험은 크지 않다"며 "다만 전세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한 지역이나 부채레버리지가 높은 임대주택을 중심으로 보증금 반환 리스크가 증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대한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