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이봄 기자> 도입 3년차를 맞은 로보어드바이저가 자산관리 시장에서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로보어드바이저 활성화를 위한 비대면 규제 완화가 늦어지면서 국내에서 로보어드바이저는 기존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도구로 활용되는 데 그쳤다는 분석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이 발표한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도입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은행 또는 증권사가 운영 중인 로보어드바이저는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채널로 활용되는 측면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말 기준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투자자문·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금융사는 총 35곳이다. 구체적으로는 은행 9곳, 증권사 19곳, 자산운용사 2곳, 투자자문사 5곳이다.

국내에 도입된 로보어드바이저는 투자자문형이 대부분이었다. 투자자문형은 펀드, 연금과 같은 금융상품 판매채널로 활용되는 로보어드바이저와 상장종목 추천 및 매매타이밍 자문을 제공하는 로보어드바이저로 나뉜다.

국내 로보어드바이저가 투자일임형이 아닌 투자자문형을 중심으로 성장한 이유는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이 늦어 비대면 투자일임계약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투자일임계약은 대면 설명의무 규제를 적용받아 사실상 비대면 계좌개설이 막혀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금융당국은 2018년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으로 대면 설명의무 규제를 일부 완화했지만, 이 경우에도 자기자본 요건(40억원 이상) 또는 영상통화 조건을 충족해야 해 비대면으로 설명의무를 이행하기 어려웠다.

이 같은 이유로 국내 로보어드바이저는 해외와는 달리 은행 또는 증권사가 로보어드바이저를 하나의 금융상품으로 간주되는 데 그쳤다. 해외의 경우 로보어드바이저를 비대면에서 자동화된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국내는 기존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도구로 활용한 측면이 강했다.

자본시장연구원 이성복 연구위원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로보어드바이저에 의한 자산관리가 사람에 의한 자산관리보다 더 높은 투자수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하지만 국내 로보어드바이저는 투자자문형이 대부분이어서 투자성과를 비교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자본시장연구원은 금융위원회가 지난 5월 ‘로보어드바이저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안을 발표하며 활성화에 나선 만큼, 로보어드바이저가 다시 주목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개선안은 로보어드바이저의 비대면 투자일임계약 체결 허용과 독립 로보어드바이저가 펀드 또는 투자일임 재산을 자산운용사 또는 증권사로부터 위탁받아 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성복 연구위원은 “최근 자산운용사 및 투자자자문사 4곳이 로보어드바이저를 독립적으로 출시한 것도 그간의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한 규제환경이 크게 개선된 덕분”이라며 “증권사도 지금까지와 다른 시각에서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특히 디지털금융 시대에 맞게 또는 자산관리에 대한 대중적 수요가 증가할 것에 대비해 증권사는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디지털 자산관리 역량을 갖추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보어드바이저- 투자자산을 배분하고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알고리듬(apgorithm)으로 구성된 자동화 자산관리도구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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