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임성민 기자> 보험업계 대표 상품들이 예전만 못한 취급을 받고 있다.

생명보험사의 저축성보험은 회계처리기준이 바뀌면서 부채로 인식되는 상황에 처했고,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은 손해율 악화에 허덕이고 있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보사는 저축성보험, 손보사는 자동차보험을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생보업계는 지난 2000년대 초부터 저축성보험을 중심으로 급격한 성장을 이룩했다.

실제로 2000년 말 120조5090억원이었던 생보사 총 자산은 10년 만에 408조4951억원으로 늘었고, 올해 5월 기준으로는 883조3156억원을 기록하면서 19년 동안 632.9%(762조8066억원) 증가했다.

생보업계 저축성보험 매출은 2000년 말 2조374억원에서 2010년 5조2701억원으로 늘었고, 2012년 18조347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작년에는 4조3204억원을 기록하는 등 매년 수조원의 초회보험료를 거뒀다.

생보사 저축성보험이 호황을 누릴 수 있었던 이유는 은행권의 예·적금 대비 높은 이자를 부리해 줄 뿐만 아니라 가입금액 대비 작지만 일정 부분의 사망에 대한 보장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은행에서 보험을 판매하는 방카슈랑스를 통해 저축성보험 가입하는 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생보사의 외형 확대를 견인했다.

하지만 IFRS(국제회계기준)17이 2022년 도입을 앞두면서 효자상품이었던 저축성보험은 몰락하고 있다.

IFRS17은 장기저축성보험을 매출로 인식하지 않고 보험사의 자본 변동성을 확대해 대부분 부채로 인식한다.

또한 새 회계기준에 적용하는 K-ICS(신지급여력제도)가 보험사의 부채를 세밀하게 관리·감독하면서 생보사의 저축성보험 판매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생보사들은 저축성보험 판매에 손을 놓지 못하고 있다.

보장성보험의 보험금을 보완해야 하기 때문에 일정량의 판매 비중을 조정해야 하는 데다 보험사의 당기순이익과 직결되는 문제를 안고 있어서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저축성보험의 경우 새 회계기준 도입 시 부담이 되는 상품임은 분명하다”면서도 “하지만 보장성보험의 보장에 필요한 부담을 덜어주고 있어 쉽사리 포기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니다”고 말했다.

손보사는 만년 적자에 시달리는 자동차보험 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 자동차보험은 2017년 소폭 흑자(277억원)를 제외하면 조(兆) 단위 적자를 기록했다.

올 초부터 보험사들이 이례적으로 두 차례 보험료를 인상했지만 손해율을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자동차보험이 적자를 기록 중인데도 손보사들이 손해를 회복할 만큼의 보험료 인상을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금융당국의 눈치를 봐서다.

자동차보험은 의무가입 보험인 데다 금융당국이 소비자 물가지수에 포함된다는 이유로 보험료 인상에 호의적인 입장이 아닌 상태다.

하지만 손보사도 자동차보험 판매를 중단하지 못하고 있다. 의무가입인 자동차보험과 연계해 수익성이 좋은 장기인보험을 판매할 소비자를 모집하는데 활용 가능하기 때문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손해를 지속하면서도 의무가입인데다 당기순이익 확보 및 수익성 강화를 위한 전략으로 자동차보험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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