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강세이 편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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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데일리=이봄 기자>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원유 파생결합증권(DLS)의 조기 상환에 빨간불이 켜졌다. 원유 DLS는 유가가 투자 시점보다 5~10% 이상 떨어지지 않으면 만기를 채우지 않고 6개월 만에 조기 상환이 가능하다. 그러나 지속된 글로벌 무역분쟁 심화와 경기 침체 우려로 국제 유가가 급락세를 나타내면서 조기 수익 실현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DLS는 지난달 총 5872억원을 기록해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원유 DLS는 지난 3월과 4월에만 해도 발행액이 각각 435억원, 478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 5월 1313억원으로 두배 이상 뛰었다. 지난 6월에도 4086억원 어치가 발행됐다.

이달 들어서도 원유 DLS 발행 규모는 증가세다. 지난 13일까지 원유 DLS 발행액은 총 1324억원을 기록했다.

원유 DLS는 기초자산으로 삼는 WTI 가격이 만기까지 녹인 배리어(Knock-in barrier·손실가능구간)에 진입하지 않으면 연 10%에 달하는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

원유 DLS의 녹인 배리어는 40~65%로 낮기 때문에 국제 유가가 하락세를 보이면 유가 상승에 베팅해 투자를 진행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난다. 최근에도 국제 유가가 단기간에 급락하는 모습을 보여 투자자들은 현재가 투자 적기라고 판단한 것이다. 국제 유가는 지난 4월 말 배럴당 최고 66.30달러까지 상승한 후 등락을 계속하다 16일 기준 전 거래일보다 1.4% 내린 54.4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문제는 국제 유가 급락으로 원유 DLS 조기 상환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점이다.

원유 DLS는 6개월 단위로 조기 상환을 진행하며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만기를 기다리지 않고 첫 번째 조기 상환 시점에 원리금을 회수한다. 단, 원유 DLS는 첫번째 조기 상환 시점에 최초 기준가의 90~95% 수준을 유지해야 수익 실현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WTI를 기초자산으로 3년 만기, 연 8% 금리 조건을 가진 DLS에 가입한 투자자는 6개월 뒤 WTI 가격이 가입 당시보다 5% 이상 떨어지지 않는다면 원금과 이자를 상환받을 수 있다. 만약 WTI 가격이 5% 이상 떨어진다면 조기 상환이 불가능하며 6개월 뒤 돌아오는 두 번째 조기 상환 시까지 기다리거나 중도 해지 해야 한다.

그러나 국제 유가가 4개월 만에 18% 가까이 급락하면서 원유 DLS 조기 상환 규모는 큰 폭으로 줄었다. 국제 유가가 상승세를 타던 지난 5월 조기 상환 규모는 755억원에 달했지만 지난 6월 608억원으로 줄어든 뒤 지난달에는 213억원에 그쳤다. 첫 번째 조기 상환 시점이 돌아오는 올해 3~4월분도 투자 시보다 유가가 하락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익 실현이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로 국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경기 순환 원자재로 분류되는 WTI 가격이 5% 넘게 내렸다”며 “WTI 가격이 최대 45달러까지 내려갈 가능성이 있고, 원자재는 가격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투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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