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이봄 기자> 홍콩의 대규모 시위 사태 여파로 홍콩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관련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홍콩 증시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대부분이 아직 원금손실구간에 도달하지 않았지만, 홍콩 사태가 ‘블랙스완’으로 번질 경우 국내 ELS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떠안게 되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항셍차이나기업지수(H지수)는 지난 15일 9731.89를 기록하며 최고점(1만1881.68)을 찍었던 지난 4월 대비 18% 이상 떨어졌다. 19일 10시 2분 현재 홍콩 H지수는 9964.30으로 집계돼 최고점 대비 16.1% 떨어진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홍콩H지수가 급락세를 보이는 이유는 홍콩 정부가 범죄인을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이에 반대하는 시위가 거세졌기 때문이다. 홍콩 정부는 뒤늦게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 시행을 보류하기로 했지만, 시위대는 철회를 요구하고 있어 당분간 증시 부진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 증시 부진이 이어지면서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에 투자한 투자자들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ELS는 만기에 기초자산 가격이 정해진 수준 아래로 하락할 경우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통상 발행 시점보다 40~50% 이상 하락하면 녹인(Knock-In·원금손실발생가능 구간)에 도달하며, 만기까지 발행시점 지수의 80%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면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다.

홍콩H지수 연계 ELS는 올해 들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ELS 상품이다. 지난 16일까지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는 39조9883억원 발행돼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홍콩H지수 관련 ELS 미상환 금액도 42조6000억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홍콩H지수의 녹인 구간이 7700선 아래인 만큼, 지수가 추가로 20% 이상 떨어져 ELS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 다만 ELS 조기상환을 위해서는 최초 기준가의 90~95%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기상환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KB증권 이중호 연구원은 “2015년 대규모 손실 사태 이후 하나의 지수만을 기초자산으로 삼아 발행하는 쏠림현상이 많이 줄었다”며 “올해 발행된 ELS의 경우 H지수가 7000~8000선 이하로 빠지지 않는 한, 투자자와 증권사는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지난 16일 금융상 점검회의를 통해 홍콩H지수가 지난해 말 대비 2.7% 밖에 떨어지지 않아 관련 ELS의 손실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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