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생활비 중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 식비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가구당 월평균 식료품비(신선/가공식품+외식비) 지출액은 71만7898원이다. 1인가구가 포함된 통계임을 감안하면 실제 2~3인 가구이 체감하는 식비는 훨씬 높은 셈이다. 식비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배달 음식과 외식을 줄이는 것이지만, 요새는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가공식품의 선호도가 높아져 집밥을 많이 해 먹는 가정도 식비 줄이기가 쉽지 않다. 우리집 식비 폭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식비를 줄이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미리 쇼핑리스트를 만들어 정해진 식재료만 사는 것이다. 한 주간 식단을 짜본 뒤 공통적으로 필요한 식재료와 항상있어야 할 과일 위주로 리스트를 정한다. 이때 메모지 3장을 활용한다. 첫 번째 메모지는 현재 냉장고에 있는 식재료, 두 번째 메모지는 사야 할 식재료, 세 번째 메모지는 냉장고에 남은 재료로 할 수 있는 식단을 간략하게 쓴다. 장을 볼 땐 두 번째 메모지만 떼어가면 충동구매 없이 필요한 재료만 구입할 수 있다.

마트에서 장을 볼 때는 가급적 혼자 보는 것을 권한다. 가족 구성원이 다 함께 장을 보면 생각지 못한 구매리스트가 늘어난다. 신혼부부가 함께 장을 보면 주류와 반조리 식품이 늘어나고, 아이와 함께 마트에 가면 장난감이나 간식 코너에서 실랑이를 벌이는 상황이 곧잘 벌어진다. 가능하면 장은 혼자서, 리스트에 적힌 대로 꼭 필요한 것만 구매하자.

같은 생활용품이라도 진열된 상품마다 용량이 달라 어떤 제품이 저렴한지 헷갈릴 때가 있다. 이럴 때는 판매가격 하단에 명시돼 있는 단위가격을 확인하는 습관을 가져보자. 예를 들어 A세제는 5000원(2L), B세제는 4500원(1.5L)에 판매 중이다. 얼핏 보면 B세제의 가격이 저렴해 보이지만, 단위가격을 따져보면 A세제는 100ml당 250원, B세제는 100ml당 300원이다. 결과적으로 A세제가 더 저렴하다.

외관상 상품성이 떨어지지만 맛과 영양에는 차이가 없는 B급 상품과 못난이 상품을 활용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낙과 또는 태풍으로 인해 상처가 있거나 모양새가 특이한 과일 등은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대신 시세보다 30~50% 저렴한 가격에 득템할 수 있다.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제품을 최대 90%까지 저렴하게 판매하는 곳들도 많다. 워낙 할인율이 높아 찾는 이들이 많다 보니 전문쇼핑몰도 여럿이다.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을수록 가격이 저렴해지지만, 유통기한이 1년 넘게 남은 건강보조식품이나 재고량이 많아 저렴하게 처분하는 상품도 많다. 유통회사는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대량구매를 선호하지만 실제 판매가 예상에 못 미치는 경우 재고 보관비용과 인건비가 발생한다.그래서 재고상품의 일부를 파격가로 판매해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이러한 틈새를 활용하면 식비 방어에 도움이 된다. 인터넷 검색창에 ‘유통기한 임박몰’이라고 치면 관련 사이트들이 뜬다.

온누리상품권과 문화상품권도 식비를 줄여주는 효자템이다. 상품권을 정가보다 5~10% 할인 받아 구입한 뒤 제휴 쇼핑몰에서 한 번 더 추가 할인을 받아 결제하는 방법이다. 먼저 온누리상품권은 시중은행과 상호금융권에서 상시 5% 할인된 금액으로 1인당 30만원까지 구입할 수 있지만, 명절 기간에는 10% 할인된 가격으로 1인당 50만원까지 살 수 있다. 사는 순간 이미 5만원을 절약한 셈이다. 보통 온누리상품권을 전통시장이나 재래시장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동네 마트는 물론이고 강남역, 을지로 지하상가 등 도심에서도 받는 곳들이 꽤 많다. ‘전통시장 통통’ 사이트에서 가맹점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온라인 마트를 이용할 때는 모바일 문화상품권을 활용한다. 인터넷 검색창에 문화상품권 10만원을 입력하면 보통 9% 할인된 9만1000원에 구입이 가능하다. 문화상품권 핀넘버가 모바일로 발송되면 컬쳐랜드에 접속한 뒤 컬쳐캐시로 전환하고, 지마켓·옥션·인터넷서점 등 제휴 쇼핑몰에서 결제할 때 컬쳐캐시를 선택하면 된다. 쇼핑몰 자체 쿠폰과 중복 할인이 가능하고 현금영수증도 발행할 수 있다.

 


구채희 재테크 칼럼니스트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돈 공부를 하는 재테크 크리에이터. 5년간 언론사 경제부 기자를 거쳐, 증권사에서 재테크 콘텐츠를 기획 및 제작했다. 현재 재테크 강사 및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KDI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며, 저서로는 <갓 결혼한 여자의 재테크>, <푼돈아 고마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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