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이봄 기자> 현대·기아자동차에 이어 대형마트, 이동통신사 등 다른 대형가맹점들도 카드 수수료 인상에 반기를 들자 금융당국이 진화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대형가맹점과 카드사 간 수수료 협상이 끝나면 실태 점검에 나서 위법사항을 엄중조치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일정,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은데다가 구속력이 없어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대형가맹점 카드수수료 협상 관련 입장을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카드 수수료 협상은 가맹점과 카드사 간 자율 합의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금융위 윤창호 금융산업국장은 “카드수수료 문제는 적격비용 기반의 수수료율 산정 원칙과 수익자 부담 원칙의 틀 내에서 자율적 합의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며 “단 금융당국이 수수료 협상을 모니터링하는 과정에서 카드사 또는 대형가맹점의 위법행위가 발견되면 엄중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대형 가맹점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카드 수수료를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했다는 사실이 발견되면 형사고발 등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윤창호 국장은 “수수료 협상 과정에서 위법사항이 발견되면 형사고발할 것”이라며 “처벌 수위가 약하다고 판단한다면 추후 법 개정을 통해 수위를 높이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이 같은 구두 경고를 날린 이유는 계약 해지를 무기한 대형가맹점의 수수료 인상 거부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현기차는 카드수수료 인상에 반발하며 카드사 6곳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고객 불편을 우려한 카드사들은 현기차의 요구를 받아들여 기존보다 0.04~0.05% 인상한 1.89% 수준에서 수수료율 협상을 마무리 지어야 했다.

여기에 비교적 협상력이 약한 이동통신사와 유통업계, 다른 자동차회사들도 카드수수료 인상에 반발하면서 대형가맹점과 카드사 간 수수료 협상은 장기화되고 있다. 

유통업계는 입장문을 통해 카두수수료 인상 시 소비자 혜택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도 주요 카드사에 가맹점 수수료 인상폭을 현기차 수준으로 낮춰달라며 재협상을 요구했다. 

카드업계는 이 같은 금융당국의 대응에 구체적인 해결책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반응이다.

금융당국은 카드 수수료 협상 실태조사를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과 대상, 시기 등은 확정짓지 않았다. 또한 영세‧중소가맹점과 달리 대형가맹점과의 협상에는 시장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도 제시하지 않는 상황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가맹점의 수수료율은 법률로 정하면서 대형가맹점 수수료율은 자율적 합의라는 이유로 개입하지 않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이미 현기차와 예상보다 낮은 수준에서 수수료 협상을 마무리하고 다른 대형가맹점들도 수수료 인상을 거부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개입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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