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깡통전세로 피해를 입는 세입자가 늘어나고 있다. 깡통전세란, 매매가가 기존 전세가 이하로 떨어져서, 집주인이 집을 팔아도 내 전세금을 돌려줄 수 없는 경우를 말한다. 이때 집주인이 대출이자를 갚지 못해 집이 경매에 넘어가면 세입자의 보증금을 날릴 수 있다. 부동산 지식이 없으면 소중하게 모은 내 돈마저 지키기 어려운 시대. 깡통전세로부터 내 보증금을 안전하게 지키는 방법은 없는 걸까?

먼저 전세집을 구할 때는 내 보증금과 등기부등본상 근저당 합이 매매가의 70%를 넘지 않아야 한다. 예를 들어 집 시세가 3억원이고 집주인이 은행에서 1억원 대출 받은 근저당이 있다면, 내 전세보증금은 최대 1억1000만원 이내여야 한다. 만약 근저당이 없다면 주택의 KB시세를 확인하고 보증금이 시세의 70%를 넘지 않으면 된다. 그렇지 않으면 집주인이 대출을 갚지 못해 주택이 경매에 넘어갔을 때 위험할 수 있다. 서울은 경매진행 시 한 번 유찰되면 시세의 20%씩 떨어지고, 일부 수도권 지역과 지방은 한 번 유찰되면 30%씩 떨어진다. 입지 좋은 아파트가 아닌 이상 보통 신건에 낙찰 받는 경우가 없으므로 어떤 경우에서든 ‘보증금+근저당=매매가의 70% 미만’ 법칙을 기억하자.

임대차 계약 후 잔금 치르는 날에는 반드시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받아야 한다. 잔금을 치르기 직전 등기부등본을 한 번 더 떼서 그 사이 바뀐 사항은 없는지, 새로 받은 대출 없는지 확인하고 이상이 없다면 즉시 계약서를 들고 동사무소를 방문해 전입신고+확정일자를 받는다. 하루 이틀 미루다가 그 사이 집주인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세입자로서 대항력을 잃는다.

대항력이란 향후에 이 집이 경매에 넘어가더라도 세입자가 보증금을 다 받기 전까지 집을 비워주지 않아도 되는 권리를 말한다. 대항력은 전입신고 다음날 0시부터 발생하는데, 대항력이 있으면 몇 번 유찰되더라도 최종 낙찰자가 세입자의 보증금까지 물어줘야 한다. 만약 전입신고 안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해야 하는 곳이라면 애초부터 들어가지 않는 게 맞다. 언제든 내 보증금을 잃을 수 있는 위험을 안고 거주하는 것과 다름없다.

전세보증금을 지키는 가장 안전한 방법은 전세권을 설정하는 것이다. 보통 집주인과 세입자가 임대차계약을 맺어도 등기부등본상에는 해당 내용이 명시되지 않는다. 그러나 전세권 등기는 서류상에 세입자의 보증금이 명확히 기재된다. 이 집이 경매에 넘어갈 경우 세입자 또한 채권자가 된다는 의미다. 전세권을 설정하면 임대차계약이 끝난 후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경우 주택을 경매에 넘길 수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집주인이 잘 협조해주지 않으나, 이런 방법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아두자.

집주인 동의 없이 누구나 안전하게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방법은 전세금 보증보험을 활용하는 것이다. 임대차 계약이 만료되고 30일이 지났는데도 특별한 이유 없이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거나, 계약기간 중 전셋집이 경매/공매로 넘어가고 배당이 이뤄졌음에도 내 전세금을 돌려 받지 못했을 경우 보증기관이 내 보증금을 대신 반환해주는 보험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SGI 서울보증 두 곳에서 운영한다.

아파트, 연립/다세대, 단독-다가구, 주거용 오피스텔에 사는 세입자라면 임대차 계약을 맺은 후 10개월~1년 전까지 가입할 수 있다. SGI서울보증은 아파트 보증금은 무제한, 기타 주택은 10억 이내로 제한되고, HUG는 수도권 보증금 7억원 이하, 그 외 지역은 5억원 이하로 제한된다. 보험료는 1년 기준 전세가의 0.2% 내외다. 아파트가 가장 저렴하고, 그 외 주택은 보험료가 좀 더 비싼 편이다. 단, 신혼부부, 다자녀가정, 저소득층은 보험료의 40%가 할인된다.

ex) 신혼부부가 서울에서 3억원짜리 전세집을 구했다. 편의상 보험료율은 1.5%라고 가정.

[3억원 X 1.5% X 2년] X 0.6 = 54만원

ex) 1인 가구 직장인이 경기도에서 1억원짜리 다세대주택 전세집을 구했다. 보험료율은 2%로 가정.

[1억원 X 0.2% X 2년] = 40만원
 


구채희 재테크 칼럼니스트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돈 공부를 하는 재테크 크리에이터. 5년간 언론사 경제부 기자를 거쳐, 증권사에서 재테크 콘텐츠를 기획 및 제작했다. 현재 재테크 강사 및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KDI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며, 저서로는 <갓 결혼한 여자의 재테크>, <푼돈아 고마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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