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라이나전성기재단)
(자료:라이나전성기재단)

<대한데일리=임성민 기자> 대한민국 남성은 퇴직 후 행복함을 느끼기보다 불행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 이후 상실감·가정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라이나전성기재단의 헬스&라이프 매거진 ‘전성기’와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대한민국 중년 퇴직 후 라이프스타일’을 연구·조사해 5일 발표했다. 설문에는 퇴직 후 5년 이내의 만 45세~70세 남녀 700명이 참여했다.

조사 결과에 의하면 은퇴자의 행복 지수는 퇴직 직후 급락했다. 재직 중인 경우 남성은 행복 지수가 69.1점이었으나 은퇴 직후 56.8점까지 떨어졌다. 여성은 재직할 때 62.3점의 행복 지수가 퇴직 직후 59.3점으로 하락했다. 상대적으로 남성보다 하락폭이 작았다. 퇴직이라는 인생의 큰 변화를 맞이하며 겪는 상실감과 스트레스로 행복 지수가 낮아진 것이다.

특이점은 퇴직 직후 적응기를 거치면서 나타났다. 남성은 퇴직 직후 현재의 모습을 살아가면서 64.7점의 행복 지수를 기록했고, 여성은 66.7점으로 나타났다. 남성은 재직 중일 때 행복감을 느끼는 반면 여성은 은퇴 이후 현재의 삶에서 높은 만족도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남성의 경우 퇴직 이후의 삶에 적응하기 힘들고 여성은 개인의 건강, 휴식과 여가가 많아진 만큼 당시의 목적을 달성하면서 높은 만족도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퇴직자들의 상실감을 가장 크게 느끼게 하는 항목은 ‘오늘은 뭐하지’라는 생각이 들 때다. 전체 응답자 중 334명이 ‘퇴직을 언제 실감하느냐’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이 외에 ‘평일인지 휴일인지 헷갈릴 때(276명)’, ‘밥값을 선뜻 못 낼 때(262명)’, ‘나를 어떻게 소개할지 망설여질 때(223명)’, ‘지인에게 연락하기 어렵게 느껴질 때(217명)’, ‘처음 만난 사람에게 내밀 명함이 없을 때(154명)’가 뒤를 이었다.

퇴직 후 생활변화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 남성은 가족의 눈치를 보거나 배우자가 나를 귀찮아하는 것 같다는 답이 여성보다 높았다. 여성은 가족들이 나를 배려해준다거나 내가 배우자에게 자꾸 잔소리를 한다는 답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면서 소득이 줄어 경제적인 어려움도 생긴다. 응답자 기준으로 퇴직 전 월 평균 소득은 469만6800원이었지만 퇴직 후 월 소득은 284만800원으로 집계됐다. 월 소득이 평균 188만원 감소한 것이다. 반면 지출 감소량은 소득 감소분 대비 적었다. 267만4000원이었던 퇴직 월 평균 지출이 퇴직 후 201만9800원으로 줄었지만 월 소득 감소량인 188만원 보다 적은 65만원에 그쳤기 때문이다.

퇴직 후 상실감, 재정적인 어려움이 잇따르면서 중년 퇴직자의 87%는 완전 은퇴가 아닌 경제활동을 이어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퇴직자 중 29.1%는 재취업을 준비하고 있으며, 창업을 원하는 인원이 5.7%, 재취업이 47.3%였으며, 창업 준비를 하고 있는 퇴직자는 4.9%였다. 13%는 완전 은퇴를 희망했다.

퇴직자들이 재취업이나 취업을 하고 싶어 하는 업종을 보면 현재 재취업하거나 창업한 사람은 이전 경력을 활용하거나 유사한 일을 하고 있었다. 재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취미와 재능을 살리는 일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재취업이나 창업을 고려하는 퇴직자들이 가장 크게 고려하는 부분은 적절한 급여 수준(39.4%)이다. 재미·스트레스가 적은 일(15.3%), 유연한 스케줄(14.6%), 성취감·잘할 수 있는 일(14%)이 뒤를 이었다.

연구를 총괄한 김난도 교수는 “여전히 퇴직한 후의 삶에 적응을 어려워하기도 하지만 과거에 비해서는 퇴직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퇴직과 은퇴를 인생의 끝이 아닌 제2의 출발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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