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보험연구원)
(자료:보험연구원)

<대한데일리=임성민 기자>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율이 계속해서 올라가면 고령 가입자들에게 보험료 폭탄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선의의 소비자들에게 가해지는 보험료 위협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보험료 차등제를 도입하고 비급여 보장구조를 개선하는 등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보험연구원 정성희 손해보험연구실장은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코리안리빌딩에서 열린 ‘실손의료보험제도 현황과 개선방안’ 세미나에서 이 같이 밝혔다.

정 실장은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율 상승이 지속될 경우 가입자의 실손보험 지속 가능성에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손해율 상승으로 매년 10%의 보험료 인상을 가정하면 현재 40세가 60대에 부담해야 하는 보험료는 7배, 70세에는 17배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실손보험은 진료수가나 진료량이 동일하더라도 가입자 연령 증가에 따라 매년 3~4% 보험료 인상 요인이 반영된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손해율이 반영될 경우 보험료 인상폭은 더 커진다.

그의 주장에 의하면 의료서비스를 보장하는 실손보험은 타 보험에 비해 정보 비대칭성과 수요자 위험편차가 매우 커 역선택과 도덕적 해이의 유인이 높다. 역선택은 소비자가 진료를 받은 이후 발생한 질환을 보장받기 위해 보험에 가입하는 것을 의미하며, 도덕적 해이는 무분별한 의료쇼핑을 말한다.

연구원은 역선택 가능성이 높은 실손보험 시장을 방치하게 되면 위험 요소가 높은 소비자만 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럴 경우 시장이 축소되거나 결국에는 상품 공급이 중단돼 시장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실손보험은 포괄적 보장으로 소비자의 도덕적 해이에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불필요하거나 고가의 의료서비스를 빈번하게 이용하고 고액의 보험금을 타가는 일부 가입자 때문에 보험료 선의의 가입자가 매년 인상된 보험료 부담을 짊어져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또 보유계약의 장기적 특성과 실손보험금 적정성에 대한 평가 체계 부재를 문제점으로 꼽았다. 상품의 특성 상 갱신·재가입을 통해 최장 100세까지 유지가 가능한데, 현재 보유계약의 80%는 20년 이상 보험기간이 남아 있다.

정 실장은 “의료기관의 오·남용 진료가 의심되더라도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근거가 부족하고, 실손보험금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비급여의 관리 체계 부제로 보험금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역선택 관리를 위해서는 개인별 보험금 의료이용량과 연계한 보험료 차등제 도입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환자의 건강권·의료접근성이 중요한 가치인 건 분명하지만 실손보험의 지속가능성 확보라는 공익적 차원에서 보험료 차등제 도입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도덕적 해이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포괄적 보장 구조를 급여·비급여 상품으로 분리하고 비급여의 보장영역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급여 상품은 의료계와 금융당국, 보험업계의 ‘비급여 보장구조 개선 위원회(가칭)’를 운영하면서 정기적인 보장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오·남용 사례가 빈번한 진료영역에 대해서는 기존 실손상품의 보장구조 변경과 같은 정책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내놨다.

실손보험 가입자가 지속적으로 계약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착한실손보험II’와 같은 새로운 상품으로 전환을 유도할 수 있도록 계약전환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의미다.

정 실장은 “보험료가 급격히 올라 기존 가입자의 실손보험 유지가 어려울 경우 보험계약자에 대한 보호를 해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감독당국의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비급여 심사체계 구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당면 과제로, 실손보험금 관리 차원을 넘어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 정비 과정에서 합리적인 시스템 구축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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