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강세이 편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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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데일리=이봄 기자> 금융당국의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급성장한 사모펀드가 위기를 맞았다. 최근 발생한 해외금리 연계 파생상품(DLS)의 대규모 원금손실 사태와 라임자산운용의 편법거래 의혹, KB증권의 호주 부동산운용펀드 대출 사기 등 잇단 악재가 겹치면서 사모펀드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사모펀드 설정액은 총 380조9000억원이다. 지난 3월 이후 석달 새 30조원이 넘는 자금이 유입됐으며, 전체 펀드시장에서 사모펀드가 차지하는 비중도 62%에 달한다.

사모펀드는 최소 가입액이 1억원으로 49명 이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다. 가입 최소 금액이 높은 만큼 개인투자자 중에서는 고액자산가들에게 인기가 많다. 때문에 사모펀드는 은행과 증권사 PB센터를 중심으로 판매된다.

사모펀드는 2015년 금융당국이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에 따라 급성장했다. 당시 금융당국은 공모펀드보다 사모펀드의 규제를 낮춰 다양한 상품 출시를 유도했으며, 운용사도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전환하는 등 진입장벽을 낮췄다.

그러나 최근 사모펀드에 연이은 악재가 겹치면서 사모펀드는 위기를 겪고 있다.

올해 초 국내 은행이 판매한 해외금리 연계 사모 파생결합펀드(DLF)에서 4500억원에 달하는 투자자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자 금융당국은 합동검사에 착수했다. 국내 헤지펀드 1위사인 라임자산운용도 수익률 돌려 막기, 파킹 거래와 같은 각종 의혹에 휘말리면서 금융당국이 검사에 나섰다.

해외부동산투자 사모펀드에서도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 KB증권이 판매하고 JB자산운용이 운용한 ‘JB호주NDIS펀드’는 1000억원대의 손실 위기에 처했다. 해당 펀드의 대출 차주인 호주 LBA캐피탈이 대출 약정과 다른 토지에 투자하면서 계약 위반이 발생해 자금이 묶였기 때문이다. 총 투자금액은 3264억원으로, 이 중 2015억원만이 현금으로 회수됐다.

악재가 지속되자 사모펀드는 자금이 이탈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주식형 사모펀드 설정액은 지난 2월 11조4870억원까지 늘어 정점을 찍었지만, 지난 7월 4500억원 가까이 빠진 11조310억원까지 떨어졌다. 해외주식형 펀드 역시 지난 6월 말 기준 5조1610조원의 설정액을 기록했지만 지난 7월 한달 새 1590억원이 넘는 자금이 이탈했다.

상황이 이러하자 일부 금융사는 만기가 도래한 DLS, ELS를 예금으로 전환하고, 사모펀드 신상품 론칭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와 관련한 부정적 이슈가 계속돼 투자자에게 사모펀드를 적극 권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불완전판매 문제, 고객 응대 등이 개별 PB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PB들이 사모펀드 펀드 판매를 꺼리고 있으며, 금융사 차원에서도 신상품 론칭 자체를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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