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이봄 기자> 금융투자업계가 고령투자자에 대한 금융투자상품 투자제한을 완화해달라고 금융당국에 요구했지만 퇴짜를 맞았다.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투자업계는 금융당국에 고령투자자에 대한 투자제한 규정을 낮춰달라고 건의했다.

현재 금융투자회사는 금융투자상품 판매 시 준수해야 하는 일반적 절차 및 유의사항을 규정한 ‘표준투자권유준칙’에 따라 고령투자자에게 주가연계증권(ELS), 파생결합증권(DLS)과 같은 금융투자상품을 권하고 있다.

표준투자권유준칙에 따르면 금융투자회사는 고령투자자 보호를 위해 전담창구 마련하고, 본사 전담부서 및 전담인력도 지정해야 한다. 또한 상품 구조가 복잡하고 가격변동성이 크거나 환금성에 제약이 있는 상품은 ‘투자권유 유의상품’으로 정하고 고령투자자에게 강화된 판매절차를 적용하도록 규제하고 있으며, 임직원이 고령투자자에게 투자권유 유의상품을 권하는 경우 매매계약 체결 전 관리직 직원이 권유 적정성을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

이 중 금융투자업계가 문제 삼은 부분은 ‘고령투자자의 나이’다.

표준투자권유준칙은 고령투자자의 나이를 70세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80세 이상은 보다 강화된 판매절차를 적용하는 ‘초고령투자자’로 정의된다.

만약 투자자의 나이가 70세 이상이라면 금융투자회사는 표준투자권유준칙에 따라 해당 투자자를 고령투자자로 보고 투자권유 유의상품 판매를 자제해야 한다.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한 경험이 많은 고객이더라도 나이가 70세를 넘었다면 추가고지 및 확인서명, 조력자의 동의와 같은 추가 절차를 거치거나 그렇지 않으면 매매계약 체결을 중단해야 하는 셈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이 같은 규제의 영향으로 투자 가능상품에 제한이 생긴 일부 고령투자자들이 불쾌해하며 매매계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70세 이전부터 ELS, 브라질 국채에 문제없이 투자해오던 투자자가 70세에 들어서자, 본인이 매매계약을 결정한 상품을 조력자에게 추가로 확인받아야 해 심리적으로 불쾌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나 은행 PB센터에 방문하는 고령투자자는 대부분 투자 경험이 많은 고객들로, 젊은 투자자보다 투자 지식이 많아 수익률도 높다”며 “투자자 나이가 단순히 70세를 넘었다는 기준 하나만으로 투자를 제한하기보다는 투자 경험을 반영하거나 고객의 의사표명 시 조정이 가능하도록 고령투자자에 대한 투자제한 규정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고령투자자에게 금융투자상품 판매 시 적용되는 규제를 완화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최근 들어 금융투자상품의 구조가 복잡해지면서 고령투자자 보호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투자상품 구조화, 첨단화로 고령투자자 보호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어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어렵다”며 “현행 표준투자권유준칙에 따라 투자자의 연령, 사리분별능력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투자권유를 진행하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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