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이봄 기자> IPO(기업공개) 이후 공모주의 장기수익률이 하락하는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전문투자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증권사도 상장주관사 업무만 수행하지 않고, 기업의 스타트업 단계부터 상장에 이르기까지 자금지원과 서비스를 종합 제공하는 비지니스 모델을 발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IPO 시장의 질적 성장을 위한 과제’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IPO 시장이 양적으로 꾸준히 성장했지만 공모기업의 가치 평가에 필요한 정보는 효율적으로 생산·공유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2012년 1조여원에 그쳤던 국내 유가증권 시장과 코스닥 시장의 공모금액은 2016년 6조5000억원, 2017년 7조6000억원으로 크게 성장했다.

국내 IPO 시장 규모는 단기간에 큰 폭으로 성장했지만, 상장 후 장기간 수익률이 감소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공모주의 상장일 종가 기준 공모가 대비 수익률은 2012년 평균 22.6%에서 2017년 27.3%, 지난해에는 33.4%로 상승했다.

2016년 이후 상장된 공모주의 경우, 상장 후 수익률이 시장수익률보다 낮은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특히 2017년 상장된 주식의 1개월, 3개월, 6개월 누적수익률은 같은 기간 시장 수익률보다 평균적으로 약 7.2%, 11.2%, 15.6% 낮았다. 하락폭도 2016년 각각 6.0%, 7.2%, 9.2%보다 확대됐다.

한국금융연구원 이보미 연구원은 “다른나라 IPO 시장에서도 공모주의 상장일 시장가가 공모가격에 비해 높았다가, 상장 후 수익률이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나긴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 정도가 더 심하다”고 말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공모주의 상장 후 수익률이 감소하는 이유로 공모기업의 가치 평가에 필요한 정보가 효율적으로 생산·공유되지 않는다는 점을 꼽았다. 시장참여자가 공모주의 가격이 적정한 수준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상장 기업에 대한 정보가 시장에 공유되지 않으면서, 상장 초기 고평가된 주식이 적정 수준으로 조정되는 과정이 비효율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보미 연구원은 “IPO 시장과 유통시장에서 정보가 효율적으로 생산·공유되지 않는 이유는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는 시장참여자가 부족하거나, 정보가 있더라도 이를 제공할 유인이 적고 상장주관사 등이 취합한 정보를 가격에 반영하는 과정이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상장주관사의 수익이 공모금액에 비례해 결정된다는 점도 공모가격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한 상장주관사가 투자자의 장기적인 관계 유지나 공모주의 장기성과를 통한 수익실현 보다 IPO 주관업무 수익 등의 단기성과에 집중하는 것도 문제 중 하나로 지목됐다.

한국금융연구원은 IPO 시장에 전문성을 가진 투자자가 많아지면 상장 전 기업에 이미 투자한 초기 투자자나 주관사에 의해 공모가가 왜곡되는 문제가 완화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를 위해서는 상장 전 해당 기업에 투자하지 않은 엔젤·벤처투자자와 협업하는 기관투자자에 신주 할당량을 늘리는 등 창업초기기업에 대해 전문지식을 갖춘 투자자와 기관투자자의 협업을 장려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다.

이보미 연구원은 “비상장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창업초기투자자나 공모가로 주식을 배정받는 기관투자자는 상장 후 단기간에 보유주식을 매각하는 경우가 많아 장기 보유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며 “인수분 일부를 일정 기간 이상 보유하는 투자자에게 다른 공모주 인수의 우선권을 부여하거나, 공모주 투자로 인한 수익에 대해 세금 감면의 혜택을 제공하는 등의 방식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증권사들도 기업의 스타트업 단계부터 상장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보미 연구원은 “동일한 IB가 기업의 성장 단계에 맞춰 엔젤·벤처투자, 대출, 상장 주관업무, 지분 인수를 통한 장기투자를 수행한다면 해당 기업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가능해진다”며 “이를 통해 양질의 정보를 생산할 수 있으며 기업의 성장 단계에 따라 양질의 정보가 축적, 공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IPO 공모가격의 책정 과정이나 상장 후 유통시장에서 공모기업의 가치 평가에 필요한 정보가 생산·공유되지 않는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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