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임성민 기자> 올해 상반기 생명보험업계가 작년 대비 높은 신계약 건수를 기록했는데도 불구하고 보유 계약 하락 방어에 실패했다. 이탈 계약이 더 늘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는 팍팍해진 가계 살림과 불완전판매 요소가 생명보험 계약을 해지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월 생명보험사들이 유치한 신계약 건수는 793만2822건으로 작년 동기(892만58건) 대비 12.4%(98만7236건) 늘었다.

신계약 건수가 증가하면서 신계약 가입금액도 153조9567억원에서 154조971억원으로 0.09%(1404억원) 확대됐다.

생보업계 신계약 확대 배경에는 작년 말부터 보험업계 전체로 확대된 치매보험 이슈가 있다. 단기 기억상실로도 보험금을 수 백 만원 받을 수 있는 경증치매 마케팅이 잇따랐다.

대부분의 생명보험사들이 치매보험 출시와 판매에 나섰고, 한화생명은 1분기 치매보험으로만 20만건이 넘는 신계약을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현행 부채의 원가평가를 시가평가로 하는 IFRS(국제회계기준)17이 2022년 도입되면서 저축성보험 판매량이 줄어 신계약 금액의 확대 폭은 크지 않았다. 저축성보험의 경우 판매할수록 부채가 늘어 생보사들이 판매를 지양하기 때문이다.

보험시장 포화 상태에서도 생보사들이 신계약을 늘렸지만 보유계약은 오히려 줄었다. 실제 생보업계 상반기 당월 말 보유계약 건수는 작년 8290만4699건에서 올해 8276만4029건으로 0.16%(14만670건) 감소했다. 보유계약 가입금액도 2438조9244억원에서 2411조8604억원으로 1.10%(27조640억원) 축소됐다. 계약액은 주계약 보험가입금액(보험금)을 기준으로 한다.

보험업계에서 신계약 지표는 매우 중요한 수치다. 보험 계약이 성사되고 고객이 처음 납부하는 보험료로 보험사들의 성장성을 나타내고, 향후 지속 가능성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신계약 증가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보유계약이 감소한 것은 생보업계가 기존 계약이 해지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보업계는 살림이 팍팍해지면서 가계 사정이 어려워지자 고객들이 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생보사들은 종신보험을 비롯한 사망을 담보하는 상품을 판매하는데, 소비자들은 가계가 어려워질수록 사망을 보장하는 보험을 가장 먼저 해지하는 성향을 띈다. 보험료가 비쌀 뿐만 아니라 보험금 지급이 가장 늦어지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특히 가계 살림이 어려워질수록 가계부채와 보험사기가 늘어난다는 것은 보험업계의 정설이다. 우리나라 가계부채 규모는 올해 2분기 1556조원으로 최고점을 찍었으며, 보험사기로 지급된 보험금도 7982억원을 기록하면서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가계 살림이 어려워질수록 소비자들은 보험 해지를 가장 먼저 생각한다”면서 “특히 종신보험 같은 보험금 지급 기간이 늦어지는 보험 상품을 주로 해지하기 때문에 생보업계 보유 계약 및 보험가입금액이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생보사 상품이 복잡한 구조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불완전판매가 많다”며 “최근 불완전판매 등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시키는 민원 사례도 늘면서 생보업계 보유 계약에 부정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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