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임성민 기자> 미국에서는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금융착취를 막기 위한 조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고령자 금융착취가 사회적 문제로 자리 잡은 미국은 국가가 나서 고령자 보호 방안 마련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미국의 고령자 금융착취 관련 대응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고령자의 자산을 부당하게 취득하거나 악용하는 금융착취가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2017년 기준 미국 내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15.61%(약 5100만명)이며, 베이비부머(1946년~1964년생) 세대가 65세가 되는 2030년에는 20.6%(약73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미국 내 개인 금융자산의 약 77%를 50세 이상의 인구가 보유하고 있어 인지기능이 저하된 고령자를 대상으로 금융착취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금융착취의 형태로는 이른바 ‘보이스 피싱’과 같은 사기도 있지만 가족이나 간병인, 금융자문가와 같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 의해 이뤄지는 범죄도 존재해 더 큰 문제로 여겨진다.

미국은퇴자협회 정책연구소는 미국 내 65세 이상 노인 5명 중 1명이 금융착취 피해를 당하고 있고, 그 피해액은 연간 약 30억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사회적 약자이자 인지능력이 저하된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금융착취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나섰다. 고령자의 금융착취 상황이나 고객의 인지기능 저하에 대해 가족들보다 주거래 금융기관이 더 빨리 상황파악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 연방의회에서는 2018년 5월 제정된 금융규제 개혁법인 ‘경제성장, 규제완화 및 소비자보호 법’ 제303조에서 금융기관과 그 직원은 65세 이상 고령자의 금융착취가 의심될 경우 당국에 그 사실을 보고해야 하는 규정을 포함시켰다.

이 같은 규정에는 고객의 개인정보 보호라는 관점에서 직원과 금융기관이 보고하기를 주저하는 경우가 사례를 참고해, 고객의 금융착취 사건이 의심돼 이를 금융당국에 보고하더라도 직원과 금융기관은 고객으로부터 민사 또는 행정상 책임에서 면책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주(州) 의회에서는 주(主) 증권규제 당국으로 구성된 북미증권감독자협회가 2016년 1월 고령자를 금융착취에서 보호하기 위해 ‘금융착취로부터의 취약 성인 보호법’을 공표했다. 미국 19개 주에서 시행되고 있는 이 법은 브로커·딜러·투자상담사들이 고령자 금융착취가 합리적으로 의심될 경우 증권당국이나 고령자보호국에 보고할 의무가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들이 고객 계좌에서 자금 인출될 때 금융착취라고 확신한 경우 인출을 일시 유보할 수 있으며, 인출 유보 조치와 금융착취 협의를 행정기관과 특정 제3자에게 보고하더라도 해당 고객으로부터 민사·행정상 책임이 면책되도록 규정했다.

한국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앞으로 고령자에 대한 금융착취 피해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어 금융 소비자들은 자신의 인지능력이 저하되기 전에 금융착취 피해에 대해 스스로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며 “금융기관이 금융착취를 방지하기 위해 어떤 대책을 마련했는지 확인하고, 인지기능이 저하됐을 경우를 대비해 신뢰할 수 있는 복수의 연락처를 금융기관에 미리 통지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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