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자 혹은 자산가들에게 통용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가까운 미래에 자녀의 학자금이나 독립자금을 모아줄 계획이 있는 부모라면, 자산이 많든 적든 자녀가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비과세 한도 내에서 증여하는 것을 고려해볼 만하다. 자녀에게 명확한 자금출처를 확보해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세금 면에서도 상속보다 유리하기 때문이다.

증여는 살아 생전에, 상속은 죽고 나서 재산을 물려주는 것을 말한다. 증여든 상속이든 내 재산을 무상으로 타인에게 이전하는 것은 같다. 세율도 10~50%로 동일하다. 다만 증여는 받는 사람의 증여액 기준, 상속은 주는 사람의 재산 기준으로 세금을 매긴다.

예를 들어, 어떤 부모가 8억원짜리 아파트를 자녀 두 명에게 물려준다고 가정해보자. 상속이라면 부모가 물려주는 8억원 전체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한다. 과세표준 8억원은 세율 30%가 적용되고, 여기에 누진공제액을 제외하면 내야 할 세금은 1억8000만원이다. 자녀 둘은 각각 9000만원씩 부담하게 된다.

반면, 살아 생전 부모가 8억원을 증여하면 두 자녀는 각각 물려 받는 4억원에 대해서만 세금을 낸다. 과세표준 4억원은 세율 20%가 적용되고, 누진공제액을 빼면 1인당 7000만원씩 세금을 부담한다.

부모로부터 각각 4억원을 물려 받았는데, 상속은 9000만원, 증여는 7000만원의 세금을 내는 것이다. 증여가 훨씬 세금 부담이 적다.

또한 증여는 증여 후 수익이 나도 단 한 푼의 세금을 떼지 않는다. 만약 자녀에게 국내주식 2000만원을 증여하고 5년 뒤 주식가치가 1억원이 됐다고 가정하자. 이때 수익은 8000만원이다. 그러나 추가로 떼는 세금이 전혀 없다(해외주식 예외).

반면 상속은 상속받는 시점에 상속세를 낸 뒤 그 돈으로 어딘가에 투자해서 수익을 냈다면 별도로 소득세를 내야 한다. 따라서 증여 계획이 있다면 10년 이상 내다보고 미리 증여해서 자산이 불어나도록 부모가 관리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다면 비과세 증여 한도는 얼마일까? 현행 세법상, 미성년자에게는 10년간 2000만원, 성년은 10년간 5000만원까지 세금 없이 증여할 수 있다.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증여를 한다면, 1세 때 2000만원, 11세 때 2000만원, 21세 때(만 20세) 5000만원을 포함해 아이가 성년이 될 때 총 9000만원을 세금 없이 증여할 수 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비과세는 10년 통산 한 번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증여 시점을 잘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올해 5월에 아기에게 주식+현금을 1500만원을 증여하고, 12월에 또 500만원을 증여했다면 이후 비과세 한도가 살아나는 시점은 과거 증여한 시점으로부터 딱 10년이 되는 때다.

올해가 2019년이니까 10년 뒤인 2029년 5월이 돼야 1500만원을 다시 세금 없이 증여할 수 있고, 2029년 12월이 돼야 500만원을 또 다시 세금 없이 증여할 수 있는 셈이다. 증여 신고가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이유다.

흔히 놓치는 것 중의 하나가 ‘증여액이 2000만원 이하면 신고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만약 증여 신고 없이 아이가 독립할 때 한번에 목돈을 증여하면 세금 부담이 커질 뿐 아니라, 향후 자녀가 재산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자금 출처조사를 받을 수 있다.

증여 할 결심이 섰다면 증여 시점 또한 잘 파악해야 한다. 현금은 언제 물려줘도 상관이 없지만, 주식이나 펀드, ETF, ELS, 부동산, 금 등 금융상품이나 실물자산은 자산가치가 떨어져 있을 때 증여하는 게 좋다.

예를 들어, 부모가 A펀드에 3000만원을 투자했는데 경기가 안좋아서 2000만원으로 떨어졌다. 이때 증여하면 3000만원이 아닌 2000만원에 대해서만 증여세를 낸다(최근 몇 개월간 자산가치 평균값 도출).

그래서 많은 부자들은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자산가치가 많이 떨어졌을 때 증여의 타이밍으로 잡는다. 지금 팔아 봤자 손해인데 자녀에게 물려주면 시간이 흘러서 더 떨어질 가능성 보다는 회복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증여세 신고는 증여한 달의 말일부터 3개월 이내에 이뤄져야 하며, 국세청 홈텍스 또는 증여 받은 사람의 주소지 관할 세무서에서 신고할 수 있다.


구채희 재테크 칼럼니스트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돈 공부를 하는 재테크 크리에이터. 5년간 언론사 경제부 기자를 거쳐, 증권사에서 재테크 콘텐츠를 기획 및 제작했다. 현재 재테크 강사 및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KDI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며, 저서로는 <갓 결혼한 여자의 재테크>, <푼돈아 고마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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