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이봄 기자> 라임자산운용이 62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 환매를 중단하고 나섰다. 라임자산운용은 환매 중단의 이유로 유동성 확보를 꼽았지만, 향후 상환일과 같은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어 투자자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은 지난 8일 대체투자펀드 가운데 사모채권이 주로 편입된 ‘플루토 FI D-1호’에 재간접으로 투자된 펀드와 메자닌(코스닥 상장사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이 주로 편입된 ‘테티스 2호’에 재간접으로 투자된 펀드의 환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설정규모는 지난 8일 기준 플루토 FI D-1호 9000억원, 테티스 2호 2300억원으로 총 1조1300억원 수준이다. 이 중 환매 중단 대상이 된 펀드는 약 6200억원이다.

플루토 FI D-1호가 투자하고 있는 금융상품의 기초자산은 대부분 발행회사와 직접 인수계약을 체결해 편입한 사모 금융상품으로 구성돼 있다. 테티스 2호가 투자하고 있는 CB나 BW는 대부분 코스닥 기업이 발행한 것으로, 1년 또는 1년 6개월 이후 전환가격 대비 주가가 상승하면 주식 전환 후 매도가 가능하다. 다만,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에는 기다리거나 상환 청구를 통해 원리금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라임자산운용은 펀드 환매 중단 결정의 이유로 유동성 문제를 꼽았다. 플루소 FI D-1호의 경우 상대적으로 낮은 시장성으로 인해 장내매각 등을 통한 일반적인 자산 유동화가 용이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는 설명이다. 테티스 2호 역시 지난 7월 이후 코스닥 시장이 전반적인 약세를 보이면서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해 전환을 통환 유동화가 어려워졌다. 이에 더해 라임자산운용은 지난 7월 수익률 조작 의혹이 불거지면서 투자자들의 환매 요청이 쏟아진데다, 신규 판매도 이뤄지지 않아 유동성 문제를 겪어왔다.

라임자산운용 관계자는 “여러 상황을 종합해 환매 대응을 위한 유동성 확보 과정에서 오히려 자산의 무리한 저가 매각으로 펀드 투자 수익률이 저하돼 투자자에게 손실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언급된 펀드에 재간접으로 투자돼 있는 펀드의 환매를 중지하고 편입 자산을 회수한 뒤 고객에게 배분해 드리는 것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말했다.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중단 여파로 해당 상품을 판매한 은행, 증권사에도 불똥이 튀었다.

앞서 라임자산운용은 우리은행이 판매해 이달 2일 만기가 도래한 ‘라임 Top2 밸런스 6M 전문투자형’ 3개 펀드에 대한 상환금 지급도 오는 11일로 연기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환매 중단을 결정하면서 우리은행의 상환금 지급은 한 번 더 미뤄졌다.

중도환매가 불가능한 만기 6개월짜리 폐쇄형 펀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라임자산운용은 환매 연기된 라임플루토 FI D-1호와 테티스 2호에 투자한 모든 펀드를 투자비중(지분율)에 따라 안분분배할 계획이다. 즉, 만기가 도래한 투자자와 중도환매를 신청한 투자자들의 형평성을 고려해 모두 지급을 정지한 뒤 향후 공평하게 원금을 배분하겠다는 것이다. 판매사 입장에서는 만기가 도래했거나 환매를 요청했는데도 불구하고 제 때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한 투자자들의 민원과 사후관리를 떠맡아야 한다. 게다가 라임자산운용이 상환금 지급 일정을 밝히지 않아 유동성이 확보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판매사들은 라임자산운용에 구체적인 상환계획을 요청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해당 펀드에 가입한 고객들은 모두 판매사의 이름과 신용을 믿고 가입한 것이기 때문에, 환매 중단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뒷처리는 모두 판매사의 몫이 된다”며 “금융당국이 나서서 검사결과를 발표하고 판매사는 고객보호와 직원보호에 집중하도록 계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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