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임성민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면서 보험사들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과거 높은 금리로 판매한 상품의 역마진 리스크가 커지며 부채가 늘고, 자산운용이익률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1.5%에서 0.25%를 하향 조정했다. 2년여 만에 역대 최저금리로 내려앉은 것이다.

기준금리는 금융권에서 금융상품에 제공하는 이율을 산정하는 배경이 되는 금리다. 기준금리가 인하되면서 보험사들의 부채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보험업계는 2022년 부채의 시가평가를 골자로 하는 IFRS(국제회계기준)17 도입을 앞두고 있다. 모집된 계약의 지급 예정된 보험금의 부채가 현재는 원가 평가됐다면 2022년 이후부터는 정해진 기간마다 시가로 부채를 산정한다. 보험료 규모가 큰 저축성보험은 대부분 부채로 평가된다.

과거 높은 금리를 확정적으로 지급하기로 한 상품들은 저금리가 장기화된 현재 상황에 역마진 리스크로 작용한다. 유치된 보험계약의 유지기간이 길어질수록 부채만 떠안게 되는 셈이다.

투자에 따른 자산운용수익률도 줄어든다. 현재 보험업법 제 106조(자산운용의 방법 및 비용)에서는 보험사의 전체 자산운용 중 해외 비중을 일반계정은 총 자산의 30%, 특별계정은 각 특별계정 자산의 20%로 제한하고 있다. 이는 70%의 자산을 국내에서 운용해야 한다는 뜻인데, 기준금리 인하가 전체 산업의 수익률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보험사 자산운용수익률도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평가성 준비금 적립 부담도 증대된다. LAT(부채적정성평가), 보증준비금 등 평가성 준비금의 경우 금리가 인하하면 할인율이 낮아져 준비금 적립 부담으로 이어진다. 장기적 관점으로 보면 IFRS17과 이를 평가하는 K-ICS(신지급여력제도)가 도입될 경우 보험사들이 자본 확충을 더 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 해외채권 투자에 따른 환헤지 부담도 늘어난다. 대표적인 예로는 농협생명을 들 수 있다. 농협생명은 지난해 한·미 금리 역전현상으로 환헤지 비용 부담이 급격히 늘면서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K-ICS 1.0 버전을 선보이고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이후 2.0을 내놨지만 아직까지 보험사들의 도산 위험이 높다고 보고 있다”며 “점차 완화된 기준이 나오고 있지만 기준금리가 계속해서 떨어지면 한·미 금리차에 따른 환헤지, 자산운용수익률과 금리 역마진 문제가 불거져 보험사에는 여전한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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