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이봄 기자> 최근 발생한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증권 및 펀드(DLS·DLF)의 손실 충격으로 사모 파생상품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사모형 DLS 발행금액은 864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달보다 43% 가까이 감소한 수준으로, 올해 들어 발행금액 최고점을 찍었던 지난 6월(2조3910억원)보다는 3분의 1토막이 났다. 발행건수도 전달 대비 53건 줄어든 149건을 기록했으며, 가장 많이 발행됐던 지난 4월 말(321건)보다 절반 이상 떨어졌다.

사모형 주가연계증권(ELS)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달 말 기준 사모 ELS 발행금액은 7205억원으로 전달보다 17% 이상 줄었다. 특히 사모 ELS는 지난 8월부터 감소세를 나타냈으며 발행금액이 가장 많았던 지난 5월 말(2조890억원) 대비 65% 감소했다.

금융투자업계는 DLS·ELS 발행 규모 축소의 원인을 홍콩 시위격화 및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를 꼽는다.

ELS의 경우 최근 발행된 상품의 대부분이 홍콩H지수(HSCEI,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다. 올 상반기 기준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발행액은 32조원 가량으로 전체 ELS 발행액의 67%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홍콩 H지수는 4개월이 넘게 급락세를 타면서 최고점 대비 10% 이상 떨어졌다. 홍콩 정부가 범죄인을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이에 반대하는 시위가 거세져 변동성이 커진 탓이다.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는 통상 발행 시점보다 기소자산 가격이 40~50% 이상 하락하면 녹인(Knock-In·원금손실발생가능 구간)에 도달해 손실 가능성이 커진다. 아직 홍콩H지수가 녹인에 도달하지는 않았지만 증시 변동성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이 관련 상품 가입을 기피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DLS는 은행 및 증권사가 판매한 독일·미국·영국 금리 연계 DLS·DLF 상품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면서 투자가 급속도로 위축됐다. 주요국 금리 하락으로 대규모 손실이 확정된 DLS·DLF 상품은 총 210개로, 3243명의 투자자에게 7950억원어치가 판매됐다. 현재 금리 수준이 유지된다면 지난달 25일 기준 잔액 6700억원 중 약 86%가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DLS·DLF 상품의 예상 손실률이 50%가 넘어가면서 시장 불안감이 확대돼 투자자들은 상품 가입을 기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증권사들도 해외금리 연계 DLS 발행을 꺼리고 있으며 일부 판매사들은 초고위험 파생상품 판매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ELS, DLS 같은 상품 전반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관련 상품을 고객에게 권유할 수 없다”며 “관련 논란들이 잠잠해진 이후에 파생상품 판매를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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