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강세이 편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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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데일리=이봄 기자> 증권업계에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펀드 출시 바람이 불고 있다. NH아문디자산운용이 출시한 필승코리아 펀드 흥행을 시작으로 금융당국과 금융투자협회도 관련 상품 출시를 독려하고 나섰다. 하지만 소부장 펀드는 대형주 비중이 높은 구조상 한계 때문에, 중소 소부장 기업 지원 취지를 살리기 힘들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NH-Amundi 필승코리아 주식형 펀드의 설정액은 914억6100만원으로 집계됐다. 농협 계열사들이 낸 기초 투자금 300억원을 제외하면 두달 만에 614억원이 넘는 돈을 시중에서 유치했다.

NH아문디자산운용이 지난 8월 14일 출시한 필승코리아 펀드는 부품·소재·장비 관련 기업이나 글로벌 경쟁력·성장성을 갖춘 국내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다. 일본 수출 규제와 경제 성장률 둔화가 맞물려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기업의 자금조달을 돕겠다는 취지로 출시됐다.

필승코리아 펀드는 한국과 일본 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상품 취지에 공감한 문재인 대통령부터 여당 의원, 농협금융 계열사 대표들도 가입을 마쳤으며, 최근에는 미국 한인상공회의소 회원들도 가입에 동참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기초 투자금을 제외하고 300억원 이상의 자금이 모이면 해당 펀드가 규모를 갖췄다고 평가한다. 침체된 공모펀드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필승코리아 펀드는 상대적으로 우수한 실적을 나타낸 셈이다.

필승코리아 펀드가 주목을 받자 금융위원회에서도 2000억원 규모의 소부장 전용 펀드 조성 계획을 밝혔으며, 금융투자협회도 증권업계에 소부장 펀드 출시를 독려하고 나섰다.

금투협은 한국성장금융과 함께 소부장 기업에 투자하는 1000억원 규모 펀드 신상품을 다음달 출시할 예정이다. 운용규모 1000억원 가운데 700억원은 일반 국민들로부터 자금을 모집하고 나머지 300억원은 한국성장금융이 후순위로 투자한다. 한국성장금융이 금융위원회로부터 관리·감독을 받는 회사인 점을 감안하면 공적 재원을 투입하는 것이다. 출시한 펀드에서 30% 이상의 손실이 나면 후순위로 투자한 한국성장금융이 떠안게 된다.

소부장 펀드는 ‘애국 펀드’로 불리며 열풍을 일으키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높은 수익률을 위해 대형주 위주로 운용돼 소부장 기업 지원 취지가 퇴색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필승코리아 펀드의 경우 당초 취지와 달리 대형주 투자 비중이 높다. 삼성전자, LG화학, SK하이닉스, 현대차, 삼성SDI 5개 대형주가 4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소부장 기업 투자 비중은 30% 수준밖에 안 된다.

주식형 펀드인 만큼 수익률도 불확실하다. 필승코리아 펀드는 출시 이후 수익률이 -1.11%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들어 수익률을 회복해 지난 23일 기준 6.64%의 수익률(출시 이후)을 나타내고 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소부장 기업은 규모가 작기 때문에 리스크 테이킹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애국펀드로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현 상황에서 수익률을 위해 대기업 투자 비중을 높이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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