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강세이 편집기자)
(그래픽:강세이 편집기자)

<대한데일리=임성민 기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시행이 또 기로에 놓였다. 의료계가 보험사의 이익 실현이 목적이라며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청구 간소화는 정부와 금융위원회, 보험업계와 소비자가 바라고 있지만 의료계의 반발에 막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놓고 의료계와 보험업계가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해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환자가 진료를 받고 실손보험금을 청구할 때 병원이 전산으로 직접 보험사에 진료내역 등을 보내도록 하는 것이다. 도입 취지는 청구 절차가 복잡하거나 청구 금액이 소액인 경우 소비자가 보험금을 신청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이를 개선하기 위함이다.

더불어민주당 고용진·전재수 의원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위한 보험업법 일부 개정안 법안을 발의했으며, 지난달 금융위도 보험업법 개정안 2건에 대해 기존 ‘신중 검토’에서 ‘동의’로 입장을 변경했다.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가 보험 가입자의 실손보험 청구 비효율성을 지적하면서 간소화 시도가 잇따랐고, 청구 간소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난 10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계속 반대해 오던 의료계가 다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청구 간소화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자 이전보다 더 강력하게 반대 의사를 보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지난달 25일 보험업법 개정이 보험사들의 정보 취득 간소화를 위한 ‘악법’이라며 ‘절대 반대’ 성명을 냈다. 청구 간소화가 이뤄질 경우 환자 개인 정보 유출 가능성이 높아지고, 보험사들이 개인 정보를 악용할 수 있다는 게 의협의 입장이다.

의협은 “실손보험 손해율이 130%로 높다고 하는데, 더 편하게 청구하도록 주장하는 것은 앞뒤기 맞지 않으며 숨어있는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환자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확보해 새로운 보험 가입과 기존 계약 갱신을 거부하기 위한 환자 정보 취득 간소화‘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특히 고용진·전재수 의원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의료법 제21조에 위반된다는 게 의료계의 입장이다. 의료법 제21조는 ‘기록 열람’, ‘진료기록의 송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의료계가 주장하는 소비자 개인 정보 악용 우려와 달리 정작 소비자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요구하고 있다.

올해 4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금융소비자연맹, 녹색소비자연대, 서울YMCA, 소비자권리찾기시민연대, 소비자와함께, 소비자교육지원센터 등 7개 시민단체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 통과를 촉구하며, 의료계를 비판했다.

당시 최정애 소비자와함께 글로벌센터장은 “청구 간소화는 청구 거절과 상관이 없다”며 “개인정보는 이미 소비자의 동의를 통해 제출되고 있으므로 억지 주장”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시행되면 소액건이 포함돼 지급 보험금이 늘어나는 게 사실이다. 대신 종이 사용량을 줄일 수 있고 가입자의 편의와 보험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 추진하려는 것”이라며 “보험금 청구가 전산화 될 경우 비급여 항목에 대한 의료수가가 드러나기 때문에 의료계가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대한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