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강세이 편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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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데일리=이봄 기자> 최근 발생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대규모 손실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된 공모펀드를 사모펀드로 위장해 판매하는 이른바 ‘시리즈펀드’가 원천 차단된다. 비교적 규제가 적은 사모 발행·판매를 통해 공모규제를 회피하는 사례를 막겠다는 취지다. 금융투자업계는 금융당국의 공모 판단 기준이 애매해 향후 파생결합증권(DLS) 및 주가연계증권(ELS) 발행 및 판매가 까다로워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14일 발표한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 129의 2를 개정해 공모규제 판단 기준을 강화할 계획이다.

공모펀드는 펀드설정, 판매, 운용, 투자자정보제공과 같은 측면에서 사모펀드보다 비교적 강한 규제를 적용받는다. 펀드 설정 시에는 증권신고서를 제출해 사전 등록해야 하며, 투자자보호를 위해 적합성·적정성 원칙, 고령·부적합 투자자 숙려제 등도 적용받는다. 또한 분산투자규제를 적용받아 동일주식에 10% 이상 동일 파생결합증권에 30% 이상 편입해서는 안 된다. 반면 사모펀드는 이러한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금융투자상품을 발행 및 판매하는 금융회사들은 공모펀드의 높은 규제 수준을 회피하기 위해 ‘사모펀드 형식’을 취해왔다. 동일한 증권의 발행·매도를 둘 이상으로 분할해 각각 49인 이하에게 청약을 권유하며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와 같은 공모규제를 피하는 식이다.

이번에 발생한 DLF 사태 역시 기초자산, 손익결정구조 등 실질이 유사한 구조를 가진 해외금리 연계 DLS를 사모로 쪼개 발행하고, 이를 각각의 사모펀드에 편입·판매했다는 점에서 사모펀드 형식을 취했다고 평가받는다.

금융회사들이 시리즈펀드 발행으로 공모규제를 회피할 수 있었던 데에는 자본시장법상 애매한 문구의 원인이 크다. 법령상 공모여부를 판단하는 4가지 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문구를 공모규제 회피 근거로 활용한 것이다.

현행 자본시장법 제119조8은 자금조달 계획의 동일성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사항은 자본시장법 제129의2에 따라 △자본조달 계획의 동일성 △6개월 이내 근접한 시기의 접근성 △증권 종류의 동일성 △대가의 동일성 여부 총 4가지다.

금융당국은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해 동일 증권 판단 기준을 적극적으로 해석‧판단해 조치를 내리기로 했다. 6개월 내 50인 이상에게 판매되는 복수 증권의 경우 기초 자산과 손익구조가 동일하면 원칙적으로 공모로 판단한다.

이 같은 규제 강화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기초자산이 유사한 상품을 시리즈펀드로 보고 공모규제를 회피했다고 보는 것은 문제가 없다. 그러나 DLS, ELS 등은 상품 구조상 손익결정구조가 비슷할 수밖에 없어 의도와는 달리 향후 규제 위반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공모판단 기준 강화로 ELS, DLF 발행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DLS, ELS 등은 기초자산은 다를 수 있지만 손익결정 구조가 다르게 상품을 만들기는 어렵다”며 “때문에 대부분의 금융사들이 기초자산 또는 손익결정구조는 같게 가져가되, 포트폴리오 구성에서 변화를 주는 방식으로 상품을 판매, 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손익결정구조가 같다고 시리즈 펀드로 묶어버린다면 그동안 판매해 온 대부분의 DLF, ELS가 모두 시리즈펀드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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