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이봄 기자> 연회비 대비 부가서비스 혜택이 높아 ‘알짜 카드’로 불렸던 신용‧체크카드들이 단종 수순을 밟고 있다. 올해 들어 가맹점 수수료가 한 차례 낮아지면서 2018년 이전에 출시했던 일부 상품의 수익 구조가 바뀌어 더 이상 흑자 유지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여신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높은 부가서비스 혜택으로 인기를 끌었던 신용‧체크카드 상품의 신규발급을 중단하고 있다.

삼성카드는 오는 29일부터 ‘삼성증권 CMA 체크카드’ 발급을 중단할 예정이다. 이 카드는 실적조건, 연회비 없이 결제금액 1500원당 스카이패스 1마일리지를 적립해주며 S-OIL 주유소 주유 시 리터당 40 보너스포인트를 적립해준다.

삼성증권 CMA 체크카드는 높은 부가서비스 혜택과 더불어 마일리지 적립 실적에 선불카드 결제금액이 포함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체리피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다. CMA 체크카드로 일명 ‘돼지카드’로 불리는 삼성카드의 모바일 선불형 충전카드를 충전한 뒤, 충전 금액의 60%만 사용하고 나머지 40%는 현금으로 환불받아 충전액 100% 만큼의 마일리지를 얻는 방식이다.

체리피커는 삼성증권 CMA 체크카드와 돼지카드를 통해 실제 카드 사용으로 적립할 수 있는 마일리지보다 많은 마일리지를 적립할 수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방식이 알려지면서 삼성카드는 지난달 24일 돼지카드 발급도 중단한 바 있다.

롯데카드는 오는 12월부터 ‘텔로 SKT’ 카드 발급도 중단할 예정이다. 상품을 출시한 지 1년 6개월 만의 단종 수순이다.

텔로 SKT카드는 높은 통신요금 할인 혜택과 낮은 할부 이자율로 인기를 끌었다. SKT 통신요금을 자동이체하면 지난달 카드사용액에 따라 최대 2만6000원에 해당하는 통신요금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또한 텔로 SKT 카드로 SKT 매장에서 휴대폰 단말기를 할부로 구매하면 업계 최저수준(5.5~6.9%)의 할부 이자율을 적용받을 수 있었다. 

카드사들은 신용‧체크카드 발급 중단의 이유로 상품 수익 구조 변경을 꼽는다. 

카드사들은 카드상품의 수익 구조 변경 시 금융당국에 부가서비스 축소를 위한 약관변경 승인을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소비자 보호를 이유로 부가서비스 약관변경을 승인해주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가맹점 수수료가 한차례 더 낮아진 만큼 카드사 입장에서는 수수료 인하 전 출시한 상품의 수익성이 악화돼 부가서비스 축소가 불가피하다.

때문에 카드사들은 금융당국에 카드 부가서비스 약관 변경을 승인 받기보다 해당 상품의 신규 발급을 중단한 뒤 부가서비스 혜택을 줄인 신상품을 출시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현대카드의 경우 지난 21일부터 더 레드 에디션3(the Red Edition3) 신규발급을 중단하고 더 레드 에디션(the Red Edition4)를 출시했지만 부가서비스 혜택은 낮아졌다. 레드카드 에디션3는 업종별 0.5~2%의 M포인트 적립 혜택과 50만원 상당의 바우처를 제공한 반면 레드카드 에디션4는 국내외 가맹점 1% 적립, 20만원 상당의 바우처 혜택만 제공한다.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상품 개발 당시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혜택만 쏙쏙 빼가는 고객들이 존재한다”며 “혜택만 받아가는 방식이 체리피커들 사이에서 입소문 나기 시작하면 카드상품에서 적자가 발생해 신규발급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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