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 뉴스팀> 공적연금은 미래 고령화와 직결된 복지 제도다. 전체 생산가능 인구에서 노인 비중이 늘어날수록 공적연금의 재정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미래 공적연금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연금제도 내부의 급여와 기여를 개혁하는 일뿐만 아니라 연금을 둘러싼 사회경제적 환경을 개혁하는 일이 중요하다.

2017년 OECD 연금보고서에 따르면 회원국가들의 평균 노인부양비는 2015년 27.9명에서 2050년 53.2명으로 거의 두배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의 노인부양비 전망은 더욱 어깨를 무겁게 한다. 한국은 2015년 19.4명으로 OECD 평균보다 낮았지만 2050년에는 72.4명으로 크게 오르고 2075년에는 78.8명으로 세계 최고에 달할 전망이다. 그만큼 공적연금의 미래 재정부담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

◆고갈되는 공적연금…사회적 진통 속 개혁 불가피

1990년대 이후 전세계적으로 공적연금 개혁이 잇달아 진행돼 왔다. 저출산과 고실업에 따른 연금재정의 기여 기반이 약화되고 고령화에 따른 연금지출 증가에 대비하기 위한 개혁이었지만, 대부분 가입자의 부담을 높이거나 급여를 줄이는 방식이었기에 커다란 사회적 진통을 겪기도 했다.

공적연금은 젊었을 때 소득의 일부를 미리 기여하고 은퇴 이후 급여를 받는 제도다. 공적연금에는 기여와 급여의 제도적 요인뿐만 아니라 고용, 소득, 출산, 기대여명 등 사회경제적 변수들이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사회경제적 변수들은 국제적으로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으며 나라마다 공적연금의 개혁도 같은 방향으로 진행돼 왔다.

‘재정의 지속가능성’으로 집약되는 전세계 연금개혁은 큰 틀에서 △급여 인하 △ 기여율 인상 △수급개시연령 상향 △ 자동조정장치 도입 △ 확정기여 방식으로 전환됐다.

서구 공적연금들은 오래 전에 도입돼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었고 기존 수급자는 노동시장의 안정과 다양한 크레딧의 결합으로 공적연금으로 노후를 보장받아 왔다. 하지만 공적연금을 둘러싼 환경이 악화되면서 우선 등장한 조치가 ‘급여 인하’다.

독일, 일본은 법정 급여율를 인하했고 그리스, 프랑스, 스웨덴은 급여산정 기준을 생애 최고시점 소득에서 생애 평균소득으로 전환했다. 또 헝가리, 일본은 연금액을 매년 조정할 때 기준을 임금에서 물가로 변경하기도 했다.

중요한 연금재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재정안정화 방안으로 ‘기여율 인상’도 빼놓을 수 없다.

많은 나라가 이미 기여율이 높은 수준이라 추가 인상이 만만치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공적연금 기여율을 2003년 13.6%에서 2017년 18.3%로 인상했다. 호주는 2014년 9%에서 2025년에 12%로 상향 중이며, 독일도 현재 기여율이 18%대지만 2030년 22%까지 인상할 계획이다. 미국은 현재 12.4%를 15%대까지 인상하기로 논의했으며 캐나다도 최근 현재 기여율 9.9%를 2024년까지 11.9%로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공적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전세계적으로 수급개시연령도 상향됐다. 서구 공적연금이 지속가능성 도전을 받는 핵심 이유 중 하나가 수명 연장이다. 기대여명 증가에 따라 수급개시연령을 상향하는 논의가 많은 나라에서 이루어졌고 지금은 나라마다 수급개시연령이 60~67세로 다양해졌다. 향후 EU 국가 남성의 경우 평균 수급개시연령은 2030년 66.1세, 2050년 66.8세, 2070년 67.4세로 상향될 전망이다.

2000년대 들어 가장 주목받고 있는 재정안정화 방안은 자동조정장치를 들 수 있다. 미래 인구, 경제 성장의 변화를 자동으로 급여에 연동하는 방식으로 미래 연금환경은 모두 급여에 불리한 것들이기 때문에 이는 결국 급여 수준 인하를 의미한다.

독일은 지속가능성 계수를 도입해 이 계수가 항상 1.0이 되도록 급여와 보험료율을 조정했다. 일본은 거시경제 슬라이드를 도입해 향후 가입자 수, 기대여명 등을 감안해 자동으로 가구별 급여를 조정했다. 스웨덴은 가상 이자율을 도입해 적립률(부채/자산)이 1이 되도록 미래급여를 자동조정했고 미래 부채가 예상보다 커지면 명목확정기여 연금의 가상이자율을 낮춰 급여를 인하했다.  핀란드는 기대여명계수를 도입했는데 매년 연령 코호트별로 기대여명이 늘어나는 만큼 연금액을 인하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구조적인 재정안정화 방안으로 많은 나라가 확정급여 방식을 확정기여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공적연금은 노후소득을 보장하기 위해 확정급여 방식으로 운영돼 왔지만 가입자의 기여 능력과 무관하게 급여를 확정하고 이에 필요한 기여율을 도출하는 방식이 현대 노동시장과 인구 구조에서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스웨덴, 노르웨이, 폴란드 등이 급여구조를 확정기여방식으로 전환했으며 이 방식에서는 기여 수준에 맞춰 급여가 조정되기 때문에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한국법제연구원은 “서구에서 연금 개혁은 모두 연금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더 내고 덜 받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현대자본주의 노동시장이 점차 연금재정 기반을 축소하는 반면 인구 구조는 갈수록 고령화되고 있어 이름은 ‘지속가능성’이지만 노후소득보장의 측면의 불안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韓 국민연금 지속되기 위해선 다층체계로 확장돼야

우리나라 역시 이러한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다. 한국은 후발 공적연금 국가로 연금제도가 성숙되기 전에 사회경제적 환경마저 불리하게 조성돼 연금개혁에 대한 압박은 더욱 커졌다.

특히 특수직역연금과 국민연금의 보장 수준에서 큰 차이가 존재하고 공공부문과 비교해 민간부문의 고용 불안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특수직역연금에 대한 개혁 압박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우리나라 공적연금은 특수직역연금과 국민연금으로 이원화돼 있고 이 때문에 오랫동안 형평성 논란을 야기했다. 하지만 2015년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과 비슷한 비용편익구조로 개혁함에 따라 오랫동안 존재하던 특수직역연금과 국민연금의 형평성 논란을 정돈할 계기를 마련했다.

공적연금 개혁 논의의 핵심은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의 추가 개혁이 진행되면 이와 연동해 특수직역연금 개혁 논의가 뒤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국민연금은 보장성은 낮고 앞으로도 개선될 여지는 크지 않다. 오히려 국민연금의 미래 재정 불안이 가중돼 현재의 급여 수준을 유지하기도 힘들 수 있다.

2000년대 중반까지 일반 국민에게 공적연금은 국민연금 하나였다. 이러한 단일 체계에서는 긴 수명의 노후를 보장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국제기구로부터 제기됐고 우리나라에서도 다층체계 논의가 본격화됐다.

우리나라는 2005년부터 기존 퇴직금을 전환해 퇴직연금이 도입됐고 2008년에는 기초노령연금이 시행돼 현재 기초연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퇴직연금은 금융기관에서 운영되는 사적연금이지만 상시 고용 노동자를 대상으로 법에 따라 시행되는 의무연금이라는 점에서 준공적연금에 가깝고 기초연금은 처음 10만원으로 시작했지만 대선을 거칠 때마다 올라 문재인 정부 말기에는 30만원에 이를 전망이다. 어느새 기초연금, 국민연금, 퇴직연금으로 구성된 법정 3원체계가 구축된 것이다.

한국법제연구원은 “현재 국민연금은 제도 내부의 수지불균형이 심하고 광범위한 영세지역가입자, 불안정 노동자를 고려하면 보험료율도 크게 올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민연금이 급여 수준을 유지하면서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해법은 국민연금의 시야를 다층체계로 확장하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부족한 급여를 기초연금, 퇴직연금 등 의무적 연금을 통해 보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민연금의 재정 불안은 언제나 제기되는 과제다. 국민연금의 낮은 기여율을 감안할 때 국민연금에서 의미있는 급여 상향을 예상하기는 어렵다. 결국 국민연금의 부족한 연금액은 기초연금과 퇴직연금을 보완한 다층체계에서 재구조화돼야 하며 이 경우 국민연금의 추가 개혁이 특수직역연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다.

한국법제연구원은 “향후 특수직역연금에서 재정 보전이 불가피하고 세금이 재원인 기초연금 지출도 늘어날 것”이라며 “복지국가에 부응하는 적극적 증세를 통해 조세부담률을 국제 수준 이상으로 올려가야 하며 더 근본적으로는 노인부양비를 낮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지금은 65세 이상이면 경제적으로 은퇴한 부양대상으로 정의되지만 65세 이후에도 일을 할 수 있다면 노동시장적 측면에서 더 이상 노인(은퇴자)이 아니다”라며 “앞으로 이들이 노동시장에서 청장년들과 일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에 나서기보다는 해당 연령에 맞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연성 일자리’가 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대한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