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임성민 기자> 푸르덴셜생명이 매물로 나왔다. KDB산업은행이 KDB생명의 매각을 강력히 추진하는 가운데, 매물 가치가 가장 낮게 평가되는 KDB생명의 매각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푸르덴셜생명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 푸르덴셜파이낸셜은 골드만삭스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매각 작업에 돌입했다.

1991년 한국에 진출한 푸르덴셜생명은 그간 견조한 실적과 안정적인 운영을 해왔다.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RBC(지급여력)비율은 지난 6월 말 505.13%로 업계 평균인 296.1%보다 월등히 높다. 금융당국이 권고하는 수치인 150%보다 350% 이상 높은 수치다. 작년 영업이익은 1448억원으로 삼성생명(8261억원), 라이나생명(5286억원), 오렌지라이프(2580억원)에 이어 네 번째로 높다.

2022년 도입되는 IFRS(국제회계기준)17에 대비해도 안정적인 회사 중 하나다. 푸르덴셜생명은 한국 진출 당시부터 종신보험을 위주로 상품을 판매하면서 자본 부담도 적다. IFRS17은 부채의 시가평가를 골자로 하기 때문에 확정형 고금리 상품 및 저축성 상품은 보험사에 자금 확충 부담을 준다.

영업조직도 탄탄한 회사로 꼽힌다. 푸르덴셜생명은 초기 영업조직을 남성 위주로 편성하며 남성 비중이 적은 타사보다 많은 수의 남성 설계사를 보유하고 있다. 설계사 정착률도 안정적이다. 6월말 기준 2017년 50.7%, 2018년 50.0%, 2019년 45.1%로 업계 평균 40% 안팎의 정착률 보다 웃돈다.

상반기 기준 총 자산이 20조1938억원인 푸르덴셜생명의 매각가가 2조원 안팎으로 결정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푸르덴셜생명이 매물로 나오면서 KDB생명의 매각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KDB생명의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은 현재 KDB생명의 매각 성공 시 사장과 수석부사장에게 수 십 억원의 인센티브 제공을 약속했다. 매수자를 확보하기 위한 KDB생명의 재무구조도 안정적으로 개선했다.

KDB생명은 2017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작년부터 당기순이익을 실현하는데 성공했다. 지속되던 적자 구조를 벗어난 것이다. 또 신계약 중 수익성이 높은 보장성보험 비중을 80%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업계는 KDB생명의 매각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현재 매물로 나온 동양생명, ABL생명보다 매각 가치가 낮다는 이유에서다.

적자 탈피와 순이익 실현은 구조조정에 따른 일시적인 효과이며, 영업조직을 대폭 줄이며 향후 자체 영업이 불가능해졌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또 그간 발행한 후순위채 및 신종자본증권이 누적됐다는 점도 부정적인 요소로 꼽는다. 갚아야 할 빚이 늘면서 부담해야 하는 이자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내년 중국 다자보험그룹의 위탁경영이 끝나면 동양생명과 ABL생명이 매물로 나올 것”이라며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같이 매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계속 매물로 나와 있는 KDB생명보다 우선적으로 팔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RBC가 가장 높고 IFRS17 도입에도 문제 없는 견조한 회사인 푸르덴셜생명이 매물로 나오면서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매각 시기도 미뤄질 것으로 보이면서 KDB생명의 매각에도 차질이 생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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