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임성민 기자> 손해보험사들이 이달 들어 인수기준을 축소하고 보험금 규모를 줄이고 있다. 지난달까지 공격적인 영업에 나선 것과 다른 행보다. 내년부터 장기인보험의 손해율이 높아질 것을 우려해 선제적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주요 손해보험사는 이달 1일부터 사고 및 질병 보험금 지급 규모를 축소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화재는 안심동행, 행복한 파트너 상품의 ‘상해 수술비(입원·통원)’ 가입 한도를 절반 수준으로 축소했다. 상해 1급은 기존 600만원까지 가입 가능지만 300만원으로 줄인다. 2급은 300만원에서 150만원, 3급은 150만원에서 120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현대해상은 운전자보험의 자동차상해부상치료비(자부상·14급 기준) 인수 한도를 줄였다. 기준 5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축소했고, 가족동승자 한도는 20만원에서 10만원으로 낮췄다.

KB손보도 자부상 특약의 업계 누적 인수한도를 줄였다. 보험 증권당 5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조정했다. 유사암 가입 가능 금액은 기존 3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대폭 축소했다. 업계 누적의 경우 5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줄였다. 치아보철은 가입금액 250만원 한도에서 100만원 업계 누적은 40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대폭 축소했다. 오는 9일부터는 상해수술비도 5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줄인다.

한화손보는 운전자보험의 ‘택시플랜’ 인수 한도를 줄였다. 자부상(14급 기준) 개인택시는 기존 30만원에서 10만원, 영업용은 20만원에서 10만원으로 낮췄다. 상해·교통일당 보험금은 합산 5만원에서 3만원으로 조정했다.

메리츠화재는 유사암 진단비를 성인 2000만원, 어린이 5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일제히 낮춘다. 또 치아보험 담보 중 브릿지, 임플란트, 틀니 등 보철치료의 감액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확대하고 가입금액도 최대 20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줄인다.

MG손보는 어린이보험의 유사암 진단비를 일반암의 100%에서 50% 혹은 3000만원으로 낮추는 것을 검토하고 있으며, 5000만원까지 가입 가능한 뇌혈관·허혈성 진단비도 하향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손보사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지속해 온 공격영업의 후유증을 방지하기 위한 사전 조치로 보인다.

작년 메리츠화재로부터 시작된 손보업계 영업경쟁은 업계 전반에 확산되면서 장기인보험 부문 출혈 경쟁을 불러왔다. 메리츠화재는 공격적인 영업으로 장기인보험 부문에서 업계 선두로 올라섰다. 하지만 손해율도 동반 상승했다. 작년 말 85.3%였던 장기보험 위험손해율은 올해 3분기 92.0%까지 상승했다. 사업비가 추가된 합산비율로 보면 작년 3분기 106.7%에서 올해 111.5%로 더 높아졌다.

메리츠화재가 공격적인 영업으로 시장을 선도했지만 결국 손해율 악화라는 악재를 맞이하면서 손보사들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나섰다는 설명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메리츠화재의 공격적인 행보에 업계는 향후 3~4년 뒤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으로 예상했다. 보험업에서 공격적으로 영업할 경우 손해율이 악화될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라며 “당시 메리츠화재는 손해율이 문제 없다는 입장이었으나 점점 악화되는 추세를 보이면서 관리에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영업방식을 벤치마킹 했던 손보사들도 손해율 상승이 불가피했을 것”이라며 “업계가 다시 보수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게 되면서 출혈경쟁도 막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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