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강세이 편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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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데일리=이봄 기자> 금융당국이 증권사의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규제 강화에 나서면서 부동산금융을 키워온 증권사에 경고등이 켜졌다. 금융투자업계는 부동산금융 수익 의존도가 높은 메리츠종금증권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증권사에 부동산PF 채무보증 취급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증권사를 중심으로 부동산PF 채무보증 및 대출이 빠르게 늘어났다는 판단에서다.

부동산PF는 프로젝트의 사업성과 프로젝트에서 발생하는 미래의 현금흐름을 담보로 당해 프로젝트 수행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기법으로, 부동산 매입·개발에 필요한 자금이 적재적소에 배분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증권사들은 최근 들어 고수익-고위험 유형인 매입확약(신용공여형 채무보증)을 중심으로 채무보증을 확대했다. 이에 따라 지난 6월 말 기준 증권사의 부동산PF 채무보증은 26조2000억원으로 전체의 92%까지 늘었다. 증권사 전체 채무보증에서 신용공여형 채무보증이 차지하는 비중도 전체의 81.9%에 달한다.

금융당국은 PF 사업의 주된 신용보강의 주체가 종래 시공사 중심에서 증권사 등 금융회사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증권사의 PF 채무보증이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IFRS도입의 영향으로 시공사의 신용보강이 줄어 증권사의 신용보강 수요가 늘어났다는 판단이다.

증권사들이 전통적 업무에서의 수익 감소에 대응해 수수료율이 높은 PF보증을 확대했다는 점도 채무보증 규모 확대에 영향을 줬다. 증권사가 신용공여형 보증으로 받아가는 수수료율은 2~4%에 달한다. 반면 유동성공여형 보증과 IPO는 각각 0.1~0.7%, 인수금액의 1%에 불과하다.

금융당국은 현재 별도의 한도규제가 없어 증권사들이 자기자본에 비해 과다하게 채무 보증을 취급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채무보증 한도를 100%로 설정하기로 했다. 규제가 시행되면 증권사들은 자기자본 이상으로 채무보증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다만 금융당국은 적응기간을 부여해 내년 7월부터 6개월 단위로 채무보증 반영 비율을 높여가기로 했다.

이번 규제의 영향으로 증권사들은 부동산PF 채무보증 축소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금융 사업을 대폭 확대한 메리츠종금증권 등 일부 증권사는 이미 채무보증액이 자기자본의 100%을 훌쩍 넘어섰기 때문이다.

현재 자기자본 대비 채무보증 비율은 메리츠종금증권이 자기자본의 2배를 훌쩍 넘은 211.5%로 가장 높다. 규제가 적용되면 메리츠종금증권은 취급한 부동산PF 채무보증의 절반 이상을 상환해야 하는 셈이다. 한국투자증권도 94.7%로 자기자본 한도 100%에 가까운 수준이며, NH투자증권(68.6%)과 삼성증권(51.0%)도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메리츠종금증권은 부동산PF 채무보증액이 약 7~8조원으로 자기자본의 2배 수준에 이르러 규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그동안 증권사 IB부문의 주요 수입원이던 부동산PF 관련 활동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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