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이봄 기자> 현행 퇴직연금 수수료율 공시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퇴직연금 사업자 간 수수료 수준의 객관적 비교 분석이 가능해지도록 금융당국이 수수별로 통일된 공시 방법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국금융연구원 김병덕 선임연구위원은 ‘퇴직연금 수수료 현황 및 요율제도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다수의 퇴직연금 사업자가 존재하지만 퇴직연금 수수료 체계는 대동소이한 형태를 보이고 있어 적절한 수준 및 암묵적 담합에 의해 경쟁적 시장이 구성되지 못하는 지 여부에 대한 감독정책 차원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퇴직연금 적립금은 세제혜택 제공에 힘입어 지난 10년 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1년 새 12.8% 늘어난 190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퇴직연금은 개인별 연금수령액이 미미한 수준이거나 대부분이 일시금으로 수령하고 있어 노후 생활 보장을 위한 연금 기능은 미흡하다. 지난해 중 만 55세 이상으로 퇴직급여 수급을 개시한 총 29만6372계좌의 97.9%가 퇴직금을 일시금 형태로 수령했다. 수령액 기준으로는 전체 5조9002억원 중 78.6%가 일시금으로 받아갔다.

일각에서는 퇴직연금 수수료율이 수익률 대비 상대적으로 높다는 지적도 지속되고 있다.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체감 수수료인 ‘수익률 대비 총비용부담률’ 비중은 2015년 10%에서 2018년 20~40%로 3년 사이 2배에서 4배까지 높아졌다. 총비용부담률은 관리수수료와 펀드관련 비용을 적립금으로 나눈 수치다. 최근 5년간 은행·증권사 등 금융회사 퇴직연금 상품의 연환산 수익률은 1.88%에 그쳤지만, 총비용부담률은 0.30~0.8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연구위원은 “지난 4년간 시장금리 하락으로 퇴직연금에 포함되는 원리금보장상품의 수익률도 떨어지고 주식시장도 활황세를 보이지 못하면서 전반적인 퇴직연금 상품의 수익률이 내려갔다”며 “시장금리의 절대수준이 낮아진 금융환경에서 ‘총비용부담율/5년 연평균 수익률’ 지표가 지속 상승했고, 이에 따라 소비자 및 금융당국의 수수료·비용에 대한 상대적 민감도가 매우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운용관리 수수료와 자산관리 수수료로 대별해 적립금 대비 정률방식으로 수취하는 현행 수수료 체계를 세부 서비스의 성격에 따라 부과기준을 적합화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기여금액, 가입 인원, 개별 금융거래 등 다양한 기준에 따라 수수료를 책정하자는 주장이다.

김 연구위원은 “예를 들어 가입자 교육서비스 경우 적립금 규모보다는 교육 횟수 또는 가입 인원을 기준으로 서비스 수수료를 책정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실제로 미국의 대표적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상품인 401(k)플랜의 경우에는 운용관련 서비스, 가입자중심 서비스, 규제 및 컴플라이언스 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된다. 이에 대한 수수료는 퇴직연금 사업자, 투자회사, 레코드키퍼 등 퇴직연금 관련 서비스 제공 주체가 서비스 종류별로 세분화해 부과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금융당국이 퇴직연금 사업자가 운용성과에 연동해 유연한 수수료 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감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운용성과에 연동한 자산운용관련 서비스에 대한 수수료율 체계는 퇴직연금 사업자와 퇴직연금 가입자가 사전적으로 상호 동의할 수 있는 유인부합적인 구조를 가질 경우 다양한 퇴직연금 사업모델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다양한 수수료 체계를 통한 퇴직연금 사업자 간 경쟁 강화는 퇴직연금 시장 발전에 긍정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적절한 사후적 수수료 관련 감독정책도 주문했다. 수수료 체계가 부적절하거나 요율이 과다해 소비자의 권익이 침해될 우려가 크다면 감독 당국이 수수료율 상한선을 설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현재 법안단계에서 논의 중인 디폴트옵션이 도입될 경우 디폴트옵션의 인가단계에서부터 적절한 수수료 체계를 가지고 있는지 여부를 적절히 감독하는 것이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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