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보험업계에는 다양한 이슈가 있었다. 금융당국이 소비자 보호에 초점을 맞추며 보험사를 옥죄기도 했지만, 자본 규제를 완화하고 보험사의 신사업 활로를 열어주기도 했다. 새로운 보험사의 탄생과 함께 매물이 대거 쏟아져 나오면서 M&A시장이 달아올랐으며, 당국과 보험사, 소비자단체가 얽힌 소송전도 발발했다. <편집자 주>

<대한데일리=임성민 기자> 저해지환급형은 지난 2015년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이 업계 최초로 상품을 개발해 판매했다. 보험료를 내는 기간 동안에는 환급금이 매우 적은 대신 보험료가 20% 가량 저렴하다는 특징이 있어 소비자로부터 인기를 끌었다.

무해지환급형은 보험료 납입 기간 동안 환급금이 없다. 대신 보험료는 약 40% 저렴하기 때문에 소비자 선호도가 높다. 특히 무해지·저해지 환급형은 보험료도 싸지만 보험료 납입기간이 지나면 해지환급금도 타 상품보다 높게 지급된다는 장점이 있다.

이 같은 상품 구조는 영업현장에서 활용하기에 용이하다. 보험료는 저렴한 데다 환급금도 많아 잘 팔리지 않는 종신보험을 판매할 수 있는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2015년 3만4000건에 불과했던 무해지환급형 상품은 2016년 32만1000건, 2017년 85만3000건, 작년에는 176만4000건 판매됐고, 올해 1분기에만 108만건의 신규 판매를 기록했다.

하지만 보험사 주력으로 판매되던 무·저해지 환급형 상품들은 지난 8월부터 돌연 위험 상품군으로 선정됐고, 10월에는 소의자 주의보도 발령됐다. 은행권에서 DLF(파생결합펀드)·DLS(파생결합증권) 사태가 발생하면서 유사 금융 상품인 무·저해지 환급형까지 불똥이 튄 것이다.

금감원은 당시 무·저해지 환급형 보험상품이 ‘제2의 DLF’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제동을 걸고 나섰다. 판매 과정에서 보험료를 납입하는 기간에는 환급금이 없거나 적을 수 있다는 설명을 누락하고, 환급금만 강조하는 경우 불완전판매에 해당하며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무·저해지 환급형 보험상품은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거론됐다. 유동수 의원은 “‘무해지 환급형 종신보험’ 이라는 글자는 보이지도 않게 작게 적혀 있다”며 판매 행태를 지적했다. 보장성보험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10년 납입으로 목돈 만들기’가 명시돼 있어 저축성보험으로 오인하게 좋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보험사의 무해지 종신보험 판매 행태에 대한 실태조사 또는 부문검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높은 인기를 끌었던 치매보험도 수술대에 올랐다. 치매보험은 2017년 신계약 건수가 31만5000건에 불과했지만 올해 1분기에만 87만7000건이 판매됐다. 치매보험의 판매량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경증치매 담보 역할이 컸다.

경증치매는 치매 등급을 구분하는 CDR척도 1~5점 중 1점에 해당해도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담보로 설계돼 있다. 가장 낮은 수준의 치매 등급임에도 불구하고 보험사들은 경증치매 보험금을 최대 3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문제는 CDR이 1인 경우 의사의 주관적인 의사만으로 진단을 받을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수 천 만원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손보사들은 CDR 1에 해당하더라도 CT(컴퓨터단층촬영)나 MRI(자기공명영상) 결과를 제출해야 약관상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밝히면서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치매보험 판매 당시 경증치매 보험금 수급 요건에 CT나 MRI가 해당한다는 설명이 없었던 탓이다.

결국 금감원은 CT나 MRI 등 뇌영상 검사 결과 이상소견이 없어도 경증치매 보험금을 지급토록 했다.

금융당국은 무·저해지 환급형 상품 및 치매보험의 판매 행태를 꼬집었다. 저렴한 보험료와 높은 환급금, 쉽게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만 강조한 불완전판매를 지적한 것이다.

불완전판매는 소비자 피해는 물론 설계사, 보험사 모두에게 불이익을 안겨주는 만큼 금융당국의 판단 및 조치는 적절했다는 평가다.

다만 무·저해지 환급형 상품에 대한 조치는 DLS·DLF 사태 직후에 이뤄졌다. 더 많은 상품이 불완전판매 되기 이전에 조치를 취했으면 좋았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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