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이봄 기자> 금융지주 중심으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확산되고 있다. 금융지주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통해 지분을 보유한 기업에 주주권 행사를 넓히고, 위탁운용사 선정 시 가점을 받아 수탁 자산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란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 주요 기관투자가가 재산을 관리하는 집사처럼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 적극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3일 그룹 고객의 이익 향상과 투자 대상 기업의 중장기적 기업 가치 상승을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참여사는 그룹 주요 자회사인 KEB하나은행, 하나금융투자, 하나생명,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하나벤처스 5개사다. 하나벤처스는 참여예정기관으로 등록‧신청했으며, 하나UBS자산운용도 지난 1월 도입을 완료했다.

하나금융은 지난해부터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준비해왔다. 주요 자회사를 대상으로 내부 운용체계와 투자대상별 특성을 점검하고 내부규정 및 프로세스를 정비했으며, 외부 전문기관으로부터 자문도 받았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통해 고객 자산의 수탁자로서 자산관리 업무를 보다 성실히 수행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며 “최근 책임투자 이행활동의 확산추세에 따라 다양한 주주활동 추진도 병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지주 중에서 가장 먼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곳은 KB금융지주다. KB금융은 지난해 3월부터 은행·증권·손보·생명·자산운용·인베스트먼트 등 6개 계열사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해 시행 중이다.

신한금융지주 계열사 중에서는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이 지난 2017년 말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바 있다.

금융지주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통해 지분을 보유한 기업에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하고 고객의 신탁 자산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또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기관투자자의 책임투자를 강화하고 지배주주의 사적이익 추구와 소액주주 이익 편취 등의 리스크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업의 잘못된 경영을 바로잡을 수 있는 효과적인 외부 통제 방안”이라며 “자본시장에서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개선시키고 기업의 주주가치를 강화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탁자산 증대도 기대된다.

기존에는 위탁운용사가 투자일임재산에 속하는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투자자로부터 위임받는 것은 제한됐다. 그러나 지난달 ‘자본시장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연기금 및 공제회는 투자일임업자에 의결권을 위임할 수 있게 됐다. 또한 국민연금은 위탁운용사 선정 시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금융사에 가점을 부여한다.

국민연금이 위탁 운용하고 있는 국내주식 투자 규모가 60조원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금융지주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수탁 자산을 크게 늘릴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스튜어드십 코드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금융사의 지배구조도 함께 개편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 금융산업의 경우, 스튜어드십 코드를 관리할 인력과 인프라가 부족하고 ISS 등 의안 분석기관의 역할 과잉으로 인해 스튜어드십 코드가 일종의 면죄부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유럽처럼 지주회장과 이사회 의장을 분리해 경영 독립성을 강화하고, 지주회장이 은행장을 겸임해 책임성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내 금융지주는 이사회 를 감시하는 기구의 독립성이 결여됐다”며 “금융사 내부 지배구조 개혁을 위해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형 소액주주 운동이 요구된다. 노동조합 같은 근로자 대표조직 또는 우리사주조합 등이 참여하는 ‘이해관계자형 참여 및 지배구조’ 모델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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