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임성민 기자> 한국은행이 내년에도 통화정책방향을 완화 기조로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내년 국내 경제 성장세가 2%대 초반으로 올라서도 잠재 성장률 수준을 밑돌고,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목표 수준(2.0%)을 하회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한국은행은 27일 ‘2020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을 통해 “성장세 회복을 지원하고 중기적 시계(視界)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2%)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 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이어 “완화정도의 조정 여부는 주요 리스크 요인의 전개와 국내 거시경제 흐름, 금융안정 상황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 과정에서 근원물가, 관리물가, 기대인플레이션, GDP갭 등 다양한 지표를 활용해 기조적 물가 흐름을 점검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9일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동결한 뒤 낸 통화정책방향 의결문과 비교할 때 별다른 정책변화 신호를 내비치지 않았다.

한은은 “내년 국내총생산 성장률은 2%대 초반으로 예상한다”면서 “성장 전망경로의 불확실성은 높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무역분쟁 지속, 지정학적 리스크 반도체 경기 회복 지연 가능성 등이 우리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위험 요인으로 남아있는 탓이다.

한은은 “설비투자와 수출이 개선되고 민간소비도 하반기 이후 완만하게 회복될 것”이라면서도 “성장세가 잠재성장률을 밑돌면서 ‘GDP 갭률’의 마이너스 폭은 소폭 확대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GDP 갭률은 실제 GDP와 잠재 GDP 간 차이를 잠재 GDP로 나눈 비율로, 마이너스 값이면 수요가 공급을 밑도는 디플레이션 압력이 더하다는 의미다.

기조적 물가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 인플레이션율은 올해와 비슷한 0%대 후반의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한은이 전망한 내년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다.

금융·외환 시장은 수시로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외 경제 개선 기대감과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 등이 투자 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어도 시장 불안 요인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미·중 간 후속 무역협상, 글로벌 경기 관련 불확실성,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시장의 잠재 리스크로 지목했다.

한은 관계자는 “대외 리스크 요인들이 현재화될 경우 위험회피심리가 증대되면서 주요 가격 변수와 외국인 증권 투자자금 유출입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글로벌 금융시장 상황변화 등에 따라 대외 차입여건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은은 금융안정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부동산·고위험 자산에 대한 자금 유입 확대, 취약가계·한계기업의 채무상환능력 저하 가능성을 꼽았다.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비상대응계획 상시 점검·보완, 통화금융대책반 가동, 단계별 시장 안정화 조치 등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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