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보험연구원)
(자료:보험연구원)

<대한데일리=임성민 기자> 보험업계가 저금리 장기화로 수익성 악화 현상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해외투자 중심의 자산운용을 하는 대만 보험산업의 사례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보험연구원 황인창 연구위원, 이규성 연구원은 지난 5일 ‘대만 생명보험회사 해외투자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국내 보험사의 해외투자 자율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만 생명보험산업은 최근 15년간 해외투자 비중을 꾸준히 늘려 2018년 기준으로 전체 운용자산에서 해외투자 비중이 69%에 달한다. 해외투자 규모는 2005년 1조8000억 대만달러에서 2018년 16조3000억 대만달러로 14조5000억 대만달러가 늘었고, 비중은 같은 기간 38%포인트 증가했다.

대만 생명보험사들이 해외투자 비중을 이처럼 늘린 이유는 2000년대 초 미국 금리보다 낮은 1%대의 저금리 환경이 시작되면서 금리 역마진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대만은 2000년대 초 미국 IT버블 붕괴로 저금리가 시작된 이후 2005년 신용카드채 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8년 미·중 무역전쟁 등의 요인으로 저금리가 지속되고 있다. 2000년대 이전의 생명보험산업은 금리확정형 저축성보험 위주로 판매했지만 현재는 저금리 환경으로 인해 금리 역마진이 발생했다.

대만 보험사들은 금리역마진 해소를 위해 보험상품 구조변경과 해외투자를 확대했다. 이에 맞물려 투자환경 및 규제환경이 해외투자에 우호적인 모습을 보였다. 해외 채권투자가 주를 이뤘고, 국채보다 금융채 및 회사채 비중이 높고 북미뿐 아니라 유럽, 아시아 및 기타 지역의 채권 비중도 컸다.

또한 환헤지 전략으로 완전헤지가 아닌 부분헤지를 실행해 경제 환경 및 투자 전략에 따라 환헤지 비율을 탄력적으로 설정했다. 환헤지 수단으로는 외화표시보험 판매를 통한 자연헤지나 외환수왑 및 역외선물환 등 외환 파생상품을 활용했다.

대만 금융당국은 보험사 해외투자 한도를 상향하고, 해외투자 한도에서 제외하는 투자범위를 확대했다. 이에 해외투자 한도는 2003년 20%에서 2007년 45%로 확대됐다.

이 같은 노력으로 대만 생명보험사의 해외투자 확대는 금리역마진 완화 효과를 불러왔고, 수익성 및 건전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채 10년물 금리가 0~1%대임에도 불구하고 운용자산수익률이 4%대로 나타나고 있으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12년부터 수익성과 건전성이 빠르게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대외 금융시장 충격에 대한 취약성을 높여 최근 대만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환위험 노출을 줄이고 국내 투자를 장려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황 연구위원은 이 같은 대만 사례를 거론하며 “우리나라 보험산업이 경제적·규제적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보험사의 자산운용 자율성을 강화하고 적절한 위험관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과 대만의 보험산업과 해외투자를 비교하면 한국 보험사의 해외투자 증가로 인한 금융 안정성 저해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작다”며 “해외 투자에 대한 한도규제를 완화하고 외환 포지션에 대한 손익변동을 완화하는 제도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특정 국가 및 자산 쏠림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롤오버 위험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정기적으로 실시하면 위험관리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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