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이봄 기자>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심해지면서 국내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 6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1.39포인트 내린 2115.07로 거래를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 역시 전 거래일보다 14.62포인트 내린 655.31을 나타냈다.

연초부터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동반 급락한 데는 미국과 이란의 갈등 고조가 영향을 미쳤다.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군은 트럼프 대통령 지시 하에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을 공급해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군인 ‘쿠드스’군의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피살했다. 이란 최고지도자인 하메네이는 성명을 통해 복수를 예고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보복 공격 땐 52곳에 반격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중동 리스크는 안전자산 수요 증가로 이어졌다. 지난 6일 기준 미 국채 10년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8bp 내린 1.8%를 기록했으며, 금 가격은 1.6% 상승했다. 엔·달러 환율은 108엔 내외로 떨어졌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지난해 10월 이후 3개월 만에 최고치다. 원유 공급 차질 우려에 WTI 가격은 배럴당 63달러로 3.1% 오른 반면, S&P500지수는 0.7% 떨어졌다.

국내 증권가에서는 미국과 이란의 대립이 국내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NH투자증권 노동길 연구원은 “안전자산 선호심리 확산은 신흥국 주식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신흥국 주식시장은 최근 선진 대비 상대 수익률을 개선해왔으나 안전자산 선호 확산 시 원상복구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란이 미국 압박에 군사적 대응을 미뤄도 핵협정 탈퇴에 따른 마찰 장기화 가능성은 주식시장 우려 요인”이라고 말했다.

키움증권 서상영 연구원은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이 발생한다면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져 주가지수 하락 폭이 확대될 것”이라며 “올해 코스피 예상 등락 범위를 1800~2200선으로 하향 조정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메리츠종금증권 이진우 애널리스트는 “금융시장은 빠른 회복에 나서기 보다는 사태 진행에 따른 관망세가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이란의 미국에 대한 보복 강도, 양국 간 마찰 장기화 여부에 따라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라며 “향후 이란의 국지적인 도발 및 마찰 우려가 높아졌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에 기반한 관련 이슈의 주식시장 민감도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중동 지역의 원유 생산 비중 감소 등으로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과거보다 작아져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신한금융투자 하건형 애널리스트는 “단기적으로 이란의 추가 보복 가능성과 이에 따른 미군의 맞대응 등이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조시킨다”며 “다만 역사적으로 유가가 일시적인 변동성 확대에 그쳤을 경우 금융시장은 중동 위험과 무관하게 움직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물경제 및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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