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아침 노동조합의 출근 저지에 발길을 돌리는 윤종원 신임 기업은행장. 

<대한데일리=염희선 기자> 윤종원 신임 기업은행장 반대 투쟁이 점입가경이다. 윤 신임 행장은 일주일여간 출근에 실패했고, 기업은행 노조는 대화 불가를 선언했다. 금융노조도 합세해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금융권에 따르면 윤종원 신임 기업은행장은 7일 아침 출근을 시도했다가 금융노조와 기업은행 노조의 저지로 발길을 돌렸다.

윤 내정자는 당일 오전 8시 40분경 기업은행 본점에 도착했다. 아침부터 내린 빗줄기에도 기업은행 조합원 100여 명이 비를 맞으며 저지선을 지켰다. 빗길 아침 출근을 하려는 윤 신임 행장과 출근 저지에 나선 노조 사이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윤 내정자가 진입을 시도하자 “낙하산 반대! 자진 사퇴!” “청와대는 각성하라!”는 조합원들의 함성이 더 커졌다. 윤 내정자는 노동조합과 대치하던 중 갑자기 옆쪽으로 진입을 시도했으나 저지선에 막혔다. 약 5분 남짓한 시간 동안 대치 후 발걸음을 돌렸다.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신임 행장과 대화할 여지가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윤종원 전 경제수석과 대화로 해결할 일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은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겠다는 금융노조와의 정책협약도 어기고 임명을 강행한 청와대와 집권 여당, 이를 방기하는 정부가 책임 있는 자세로 이 사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신임 행장은 지난 3일 첫 출근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바 있다. 윤 신임 행장은 서울시 종로구 금융연수원에 임시집무실을 마련하고 업무를 처리했다.

이후 지난 6일에도 출근을 예고했다가 취소했다. 노조의 강경한 태도에 일정을 변경하고 경기 성남시 분당에 있는 메모리얼파크를 찾아 고 강권성 행장을 추모한 것이다. 강권석 행장은 2004년 제20대 기업은행장에 취임했으며 2007년 연임했다.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했으며, 재정경제원, 금융감독위원회를 거친 정부 관료 출신이다. 업계는 윤 신임 행장의 이번 일정이 관료출신으로서 기업은행장 직위에 오른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했다.  

금융노조도 기업은행 노조에 힘을 보태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에 공개서한을 보내고 정책협약 파기 의중을 물을 계획이다. 금융노조는 2017년 대통령 선거 당시 더불어민주당과의 정책협약서 1조 2항에 '금융산업 구조 선진화를 위해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고 전문성을 가진 인사가 임명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보완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낙하산 인사 선임을 끝까지 고수하는 것은 정책협약 파기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이 금융노조의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기업은행 노사간 분쟁이 장기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과거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에 관료출신 은행장이 임명되면 1~7일간 진행된 출근 저지 투쟁 수준에 멈추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다. 은성수 수출입은행장 취임 당시에도 노조가 일주일간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인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기업은행 낙하산 인사에 대한 미온적인 태도와 금융노조, 기업은행 노조의 투쟁 수위로 봤을 때, 당분간 잡음이 지속될 것"이라며 "정부와 여당은 야당인 시절, 관료 출신 기업은행장 선임에 반대했던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대한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