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금융연수원 임시 집무실에서 업무 보고를 받고(오른쪽), 기업은행 노조는 은행 본사에서 은행장 출근 저지 투쟁을 이어가는 모습(왼쪽).

<대한데일리=염희선 기자> 윤종원 기업은행장 선임을 둘러싼 노사 갈등의 해결책이 보이지 않고 있다. 윤종원 은행장은 여전히 은행 밖에서 업무를 이어가고 있고, 노조는 본사에서 투쟁을 지속 중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13일 윤종원 은행장은 은행연합회 뱅커스 클럽에서 취임 후 첫 공식회의를 실시했다. 노조의 취임 반대 투쟁으로 금융연수원에 임시 집무실을 마련하고 업무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새해 첫 경영현안점검회의마저 은행 밖에서 치른 것이다. 

회의에는 윤종원 은행장과 전 임원이 참석했으며, 국내외 경제와 금융시장 동향, 주요 경영상황을 점검했다. 윤 행장은 회의에서 혁심금융 선도, 직원들과 소통을 통한 조직문화 혁신, 혁신 추진 태스크포스 신설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미국과 이란 갈등 등 국제 경제상황이 국내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시행에 따른 시장상황 점검, 고위험 금융상품에 대한 불완전판매 방지 대책을 논의했다. 

같은 날 기업은행 본점 강당에서는 노조가 주최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윤종원 은행장 출근 저지의 목적을 은행 직원들과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비공개로 진행됐으며 참석자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제한했다. 토론회 현장에는 700여명의 조합원이 참석했다. 

토론회에서 노조는 출근 저지 진행 현황을 보고하고, 예상 투쟁 기간, 투쟁 목적 등 주요 질문에 대해 노조위원장이 직접 답변했다. 

기업은행 김형선 노조위원장은 "이번 투쟁 대상은 윤종원 내정자가 아니라 이 사태를 초래한 청와대와 정부, 여당"이라며 "당·정·청이 사과와 대화 의지가 있다면 언제든 대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번 일을 계기로 은행장 임명절차를 투명 공정하게 개선하고, 기업은행뿐 만 아니라 국내 공공기관장 낙하산 관행을 뜯어고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노조는 14일에도 출근 저지 투쟁을 이어가며 이번 사태가 쉽게 정리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예상케 했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노조를 비롯한 노동계가 연대해 윤종원 은행장 취임 반대 투쟁을 진행하면서, 정부와 노동계의 대립 양상마저 띄고 있다"며 "기업은행장은 외부에서 업무를 보고, 노조는 은행 본사에서 투쟁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은행 이미지에도 타격이 클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와 여당 차원에서 대화와 타협의 의지를 보여야 할 시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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