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임성민 기자> 푸르덴셜생명의 매각 절차가 시작됐다. 금융지주와 사모펀드 등 5곳이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각축이 예상되지만 업계는 KB금융과 MBK파트너스의 경쟁 구도로 보고 있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전날 미국 푸르덴셜파이낸셜이 매각 주간사인 골드만삭스를 통해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관심이 있는 곳을 대상으로 인수의향서(LOI)를 받는 예비입찰을 진행했다.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곳은 총 5곳으로 KB금융지주,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IMM 프라이빗에쿼티(PE), 대만계 푸본그룹 등이다. 매각 대상은 푸르덴셜인터내셔널인슈어런스홀딩스(PIIH)가 보유한 지분 100%다.

우리금융지주도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돼 온 만큼 인수전에 참여할 것으로 기대됐으나 결국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지난해 DLF 문제가 불거지면서 금융당국과의 갈등을 보인 만큼 인수전까지 뛰어들기에는 다소 무리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에서는 푸르덴셜생명이 KB금융이나 MBK파트너스로 인수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KB금융은 윤종규 회장이 올해 신년사를 통해 다양한 인수합병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계열사로 보유하고 있는 KB생명의 입지가 업계 내에서 작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B금융이 2015년 인수한 KB손보는 업계 4위(자산 규모)로 2015년 1737억원, 2016년 3012억원, 2017년 4302억원, 2018년 1856억원의 실적을 낸 것과 달리 KB생명은 업계 17위 수준의 자산 규모로 2015년 124억원, 2016년 127억원, 2017년 189억원, 2018년 157억원을 기록하며 10분의 1도 안 되는 실적을 내고 있다.

비은행권 강화라는 숙제와 함께 신한금융지주와 리딩컴퍼니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푸르덴셜생명 인수가 핵심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MBK파트너스도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MBK파트너스는 2013년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을 1조84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이후 5년간 회사를 운영하며 자본재조정(약 1조1000억원)과 배당(약 5000억원)을 통해 인수대금을 대부분 보완했다. 여기에 IPO를 통한 구주매출(약 1조1000억원)까지 더하며 인수자금 이상을 회수했다.

아울러 지난해 오렌지라이프 지분 59.15%92조2989억원)를 신한금융지주에 매각하며 성공적인 사례를 남긴 바 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KB금융지주는 그룹 포트폴리오 강화와 리딩컴퍼니 경쟁을 위해서라도 가장 매력적인 매물인 푸르덴셜생명이 필요하다”며 “반대로 오렌지라이프 인수 및 매물로 큰 차익을 남긴 MBK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돼 두 회사의 각축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푸르덴셜생명의 가격이 관건이다. 푸르덴셜생명은 지난해 6월 말 현재 자산이 20조1938억원의 업계 11위 보험사다.

이에 비해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지급여력(RBC)비율은 505.13%로 독보적인 1위를 이어가고 있다. 수익성 역시 좋고, 2022년부터 부채의 시가평가를 골자로 하는 IFRS(국제회계기준)17 도입 시에도 안정적이어서 알짜 생보사로 평가받는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푸르덴셜생명에 적용되는 주당순자산가치가 어느 정도 수준으로 책정될 지가 관건”이라며 “약 1조6000억원에서 2조원 안팎의 입찰가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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