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비를 관리할 때 가장 어려운 항목이 고정지출이다. 마음 먹기에 따라 줄일 여지가 있는 변동지출과 달리, 숨만 쉬어도 나가는 돈이기 때문에 웬만해선 줄이기 쉽지 않다. 대표적인 게 관리비다. 관리비는 쾌적한 주거생활을 위한 비용이지만 매달 적게는 몇 만원, 많게는 수십만원에 달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같은 단지, 같은 평수에 거주하더라도 관리비는 천차만별이다. 누군가는 별 생각 없이 관리비를 납부할 때, 또 다른 누군가는 관리비를 아낄 수 있는 다양한 꿀팁을 활용해 생활비를 방어한다는 얘기다. 관리비, 아는 만큼 줄일 수 있다.

1. ‘장기충당수선금’ 돌려받기.

장기수선충당금은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관리하면서 노후된 시설물을 교체하거나 단지를 깨끗하게 관리하기 위해서 필요한 금액을 장기간 쌓아놓는 일종의 예치금을 말한다. 승강기가 노후돼서 교체하거나 건물 외벽에 깨끗하게 페인트칠을 할 때 쓰인다. 당장 쓸 건 아니지만,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비상금처럼 쌓아두는 돈이다. 매달 날라오는 관리비 고지서를 잘 살펴보면 장기수선충당금 항목을 찾을 수 있다.  

원래 이 돈은 주택의 소유자, 즉 집주인이 부담하는 돈이지만, 편의상 세입자가 집주인 대신 이 비용을 2년 정도(계약기간) 대신 부담한다. 그리고 이 집을 비워줄 때 해당 비용을 돌려 받을 수 있다. 전출하는 날 관리실에 방문해 장기충당수선금 내역을 뽑아달라 요청하고 집주인에게 이를 제시하면 된다. 공인중개사한테 요청해도 무방하다.

단지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장기수선충당금은 20평대 기준으로 1만원 전후로 발생한다. 원룸이나 일부 오피스텔은 장기충당수선금이 관리비 내역에 포함되지 않는 곳도 있다. 관리비고지서에 이 항목이 있으면 돌려받을 돈이 있고, 없으면 돌려받을 돈이 없다고 이해하면 쉽다. 이사 당일 깜박하고 장기수선충당금을 돌려받지 못했어도 주택법에 따라 10년 내 집주인에게 청구하면 환급이 가능하다. 단, 납부내역을 증빙할 수 있는 자료가 있어야 한다. 관리비 영수증을 갖고 있거나, 예전에 거주했던 아파트 관리실에 방문해서 재발행해야 한다.

2. 에코마일리지&탄소포인트 제도

가정에서 생활 에너지를 절약한 만큼 마일리지로 환산해주는 제도다. 전기ㆍ수도ㆍ도시가스(지역난방 포함) 사용량을 6개월 주기로 체크한 뒤, 최근 6개월간 월평균 사용량에서 5% 이상 아껴 쓰면 마일리지를 준다. 에너지 감축량이 5~10%면 1만 마일리지, 10~15%면 3만 마일리지, 15% 이상이면 5만 마일리지를 제공한다. 6개월 최대 5만 마일리지, 연 최대 10만 마일리지까지 받을 수 있다. 에코마일리지 사이트(ecomileage.seoul.go.kr)에 접속한 뒤 전기, 가스, 수도 가운데 2개 이상의 고객번호를 입력하면 된다. 적립된 마일리지는 상품권 교환, 아파트 관리비 및 통신요금 납부, 지방세 납부, 친환경 제품 교환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서울 외 지역에서는 ‘탄소포인트’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제도가 시행 중이다. 마찬가지로 1년에 2번 에너지 사용량을 체크해 아낀 에너지만큼 포인트를 지급한다. 홈페이지(cpoint.or.kr)에서 가입 가능하다.

3. TV 수신료 해지하기

만약 집에 TV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면 TV 수신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TV수신료는 매달 전기료와 함께 부과되기 때문에 이 사실을 놓치는 가구가 많은데, 매달 2500원의 수신료도 1년이면 3만원에 달한다. 이미 납부한 요금을 환불 받기 어렵기 때문에 해지 신청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요금을 징수하는 KBS와 한국전력공사 입장에서는 해당 가구가 언제부터 TV가 없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TV가 없는 가구라면 이사한 첫날부터, 혹은 TV를 제거한 날 즉시 수신료 해지를 신청해야 한다. 신청한 당월부터 수신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4. 관리비ㆍ공과금 자동이체 하기.

관리비 자동이체가 좋은 이유는 첫째, 연체할 일이 없고 둘째, 신용카드로 자동이체(결제)하면 포인트 적립이나 할인 혜택이 크기 때문이다. 관리비 할인 받자고 신용카드 만들 필요는 없지만, 자신의 카드에 관리비 혜택이 있다면 안할 이유가 없다. 또한 전기요금은 은행계좌로 자동이체 시 매달 요금의 1%, 최대 1천원까지 할인된다. 도시가스는 모바일 고지서 신청 시 포인트를 제공한다. 수도요금 은행 자동이체 후 이메일 고지서 신청 시 월 요금의 1%를 할인해준다.

5. 연체하지 않기.

관리비를 줄이는 가장 기본적인 습관은 연체하지 않는 것이다. 적은 돈이라고 무심코 지나쳤다가 2~3개월 후 원리금(원금+연체이자)이 불어나 이자 폭탄을 맞을 수 있다. 서울시 및 경기도의 공동주택 관리규약에 따르면, 입주민들은 관리비를 기한까지 납부하지 않을 경우 연체요율에 따라 가산금을 내야 한다. 연체요율은 1년 이하 연 12% 이내, 1년 이상 15%를 부과하며, 일할 계산이 원칙이다(전국 지방자치단체별로 연체요율 상이).

그러나 많은 아파트가 관리비를 하루만 연체해도 한 달 치 연체료를 부과하거나, 규정의 최대 5배가 넘는 연 24~60% 상당의 연체율을 적용하는 꼼수를 부린다. 연체만 피해도 아까운 돈을 버리는 일이 없어진다.

 

구채희 재테크 칼럼니스트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돈 공부를 하는 재테크 크리에이터. 5년간 언론사 경제부 기자를 거쳐, 증권사에서 재테크 콘텐츠를 기획 및 제작했다. 현재 재테크 강사 및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KDI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며, 저서로는 <갓 결혼한 여자의 재테크>, <푼돈아 고마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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