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김수지 시민기자> 할리우드의 어느 작은 레스토랑, ‘라 스칼라(La Scala)’에 그들이 있었다. 시대를 주무르던 큰 별 험프리 보카트, 제임스 딘, 그리고 마릴린 먼로.

라 스칼라는 누구에게도 알려주고 싶지 않은 그들만의 비밀공간이었다. 따뜻한 토마토 파스타와 신선한 치즈, 장레옹의 핸드메이드 와인을 즐길 수 있는 라 스칼라는 사막 같은 할리우드 생활을 버티게 해주는 오아시스였다.

할리우드 스타들을 매료시킨 와인을 제공한 장레옹은 스페인에서 온 가난한 이민자였다. 미국에서의 정착을 위해 택시 운전사에서 접시 닦이 생활까지 안 해본 것이 없던 그였지만, 끝내 가장 성공한 ‘비벌리 힐즈의 왕’으로 불리었다.

라 스칼라에서 큰 성공을 거둔 장레옹은 이후 스페인으로 돌아가 본격적인 와인 사업을 시작하였다. 스페인 최초로 싱글 빈야드(Vin yard)를 운영하며 해외의 유명 와이너리(Winery)에서부터 이전에 없던 까베르네 쇼비뇽(Cabernet Sauvignon), 까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멜롯(Merlot), 샤도네이(Chardonnay) 등 여러 국제 품종을 수입했다. 그의 행보는 스페인 와인 시장을 한 단계 더 성장시켰다.

이후 장레옹은 자신의 레스토랑 라 스칼라에 와인을 선보였다. 이전부터 단골손님이었던 여러 할리우드 스타의 입소문을 타 그의 와인은 점점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프랑스 포도 품종이지만 스페인의 땅의 기운을 받아 재배된 그의 와인은 매우 독특했다. 진한 오크 향과 토스트 향은 까다로운 할리우드 스타들의 코를 매료시켰고 블렌딩 없이 100% 까버네 쇼비뇽이 만들어내는 감칠맛은 혀를 마비시켰다.

대통령부터 수많은 미국의 인사들이 그의 와인을 찾았지만 특히 마릴린 먼로가 장레옹의 와인을 사랑했다고 한다. 그녀가 불운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기 전날에도 장레옹은 그녀의 호텔 방에 음식과 와인을 가져다주었다고 했다. 마릴린 먼로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마신 와인은 장레옹 와인, 마지막으로 본 사람은 장레옹이 됐다.

하지만 먼로의 죽음의 진실을 알고 있던 유일한 목격자 장레옹은 정치적인 이유로 끝내 함구했다. 그러던 장레옹은 1990년 암 진단을 받고 만다. 라이벌이자 절친한 친구 미구엘 토레스에게 자신의 모든 양조 비법을 전수한 후 요트 한 척에 오로지 와인만을 가득 채운 채 여생을 보냈다고 한다.

이때 장레옹은 돌아올 수 없는 여행길을 떠나며 토레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 양조장을 스페인 사람인 당신이 맡아줘. 그리고 지금 나와 당신이 만드는 것처럼 세계 최고의 와인을 만들어 주게나."

토레스가는 기쁘게 그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주었고 이후 그만의 독자적인 와인 비법이 담긴 ‘장레옹 와인’은 미구엘 토레스가의 장녀이자 후계자인 미레아 토레스에 의해 생산되고 있으며 현재까지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와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비록 마릴린 먼로와 장레옹은 우리의 곁을 떠났지만. 그들의 삶이 담긴 와인은 아직 존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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