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이봄 기자> 라임자산운용에 이어 알펜루트자산운용도 자사 개방형 사모펀드에 대한 환매 연기를 발표했다. 라임자산운용의 대규모 펀드 환매 중단에 놀란 증권사들이 사모펀드 운용사와 맺는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축소하면서 유동성 위기가 발생한 탓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알펜루트자산운용은 지난 28일 환매 청구 주기가 돌아온 알펜루트 에이트리 제1호 펀드와 추가로 환매 신청이 접수된 비트리 제1호, 공모주 제2호에 대한 펀드 환매 연기를 결정했다. 환매 연기가 예정된 펀드는 알펜루트자산운용이 보유한 개방형 펀드로 총 자산 대비 19.5% 수준이다. 오는 2월 말까지 환매가 미뤄지는 펀드는 총 26개로 총 1817억원에 달한다.

알펜루트자산운용의 환매 연기 선언은 라임자산운용에 이어 두 번째다. 앞서 라임자산운용은 지난 10월 1조5587억원의 사모펀드 환매 중단을 발표한 데 이어 이달 초 1200억원 규모의 펀드 환매를 추가 중단한 바 있다.

알펜루트자산운용의 사모펀드 환매 연기는 증권사와 맺은 TRS 계약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TRS 계약은 자산운용사가 고객의 투자금을 증권사에 담보로 제공하면, 증권사가 이를 바탕으로 돈을 대출해주는 방식을 말한다. TRS 계약은 레버리지를 2배 일으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산운용사가 1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담보로 제공하면 증권사는 100억원을 대출해준다. 자산운용사는 총 2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할 수 있는 것이다. 고객 투자금 100억원으로 연 5%의 수익을 내는 펀드를 굴리면 5억의 수익이 나지만, TRS 계약을 통해 총 200억원의 펀드를 굴리면 2배(10억원)의 수익을 낼 수 있다. TRS 계약을 통해 펀드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증권사가 TRS 계약을 해지하게 되면 운용사 입장에서는 증권사에 대출받은 자금을 돌려주고, 다른 자금으로 펀드 운용금액을 메워야 한다.

알펜루트자산운용 역시 TRS 계약을 맺은 증권사들로부터 최근 계약 해지를 통보 받으면서 유동성 문제가 불거졌다. 라임자산운용의 대규모 펀드 환매 중단으로 사모펀드 시황이 악화되면서, 증권사들이 리스크 회피를 위해 급격한 자금 회수에 돌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알펜루트자산운용 관계자는 “지난 1월 말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실사 결과가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증권사의 우려와, 당사 펀드 수익증권을 TRS 기초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PBS 부서들이 사모펀드 시황 악화로 내부 압박을 받는 상황”이라며 “대규모 일괄 환매 청구에 기계적으로 응한다며 수익자 간 형평성 훼손의 우려가 있어 환매 연기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이어 터진 사모펀드 환매 연기로 ‘펀드런(대규모 펀드 환매)’ 우려가 커지자, 금융당국도 지난 28일 TRS를 통해 신용을 제공한 6개 증권사와 긴급회의를 개최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증권사들이 일부 운용사와 체결한 TRS 계약의 증거금률을 급격하게 올리거나 거래를 조기 종료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은 증권사에 시장 혼란과 같은 자본시장 전체 시스템 리스크로의 전이 방지와 기존 계약을 신뢰한 투자자 보호를 위해 TRS 예약 조기 종료 자제를 요청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라임과 알펜루트 펀드에서 환매 연기가 발생했고 일부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로 전이될 개연성도 있어 시장 혼란과 투자자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며 “증권사에 갑작스런 증거금률 상승 또는 계약의 조기 종료 전에 관련 운용사와 긴밀한 사전협의를 진행할 것을 당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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