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단] 90년'갱'이 온다.
[시민기자단] 90년'갱'이 온다.
  • 김승현 시민기자
  • 승인 2020.01.29 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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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내 괴롭힘 대처법(1)

<대한데일리=김승현 시민기자> “요즘 90년생들은 열정이 없고 개인주의가 심해서…” 라는 말로 상처받는 또 다른 나를 위해.

이유 없는 야근, 과중한 업무량, 상사의 이해할 수 없는 지시. 일을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하는 시점은 저마다 다르다. 나의 퇴사 결심은 상사의 욕에서 비롯됐다. 

나는 입사 2주 후부터 찾아온 야근과 해외출장 업무에도 크게 스트레스 받지 않았다. ‘다 같이 바빠서 야근하는 거니까, 회사가 일이 많으면 모두 함께 열심히 해야지.’ 그렇게 자신을 위로하며 넘겼다.

그러다 상사와 대표의 고집과 무능으로 인해 맡고 있던 일이 몇 차례 엎어지는 걸 확인했다. 그것은 회의감으로 이어졌고,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그때 상사이자 실질적인 사내 권력자로부터 상스러운 욕을 들어야 했다. 

“개끼들.

계약서에 기재되어 있는, 당연히 받아야 하는 추가 근무수당도 요구하지 않고 일에 매달렸던 나에게 욕설은 트리거가 되었고 빨간 녹음 버튼을 눌러 내가 가진 총의 탄창을 채웠다.

당시 나와 함께 있던 직장 동료도 상사가 욕하는 걸 들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상사가 이름을 명확하게 말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직장 내 괴롭힘은 인정되지 않았다. 우리의 상사는 허공에 대고 혼잣말로 욕을 했다고 증언한 것으로 안다. 셋이 있던 공간에서 욕을 한 건 인정하나, 우리에게 한 건 아니라는 전 상사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을 나와 동료는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노동청에 재진정을 넣거나, 인권위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혹은 형사적 처벌을 위해 법적 공방을 준비하는 게 전부이고 아직까지 뚜렷하게 결정한 바는 없다. 정산받지 못한 수당 및 임금도 함께 진정을 넣었고 이와 관련해서는 아직 노동청으로부터 명확한 답변을 받지 못 했다.

부디 앞으로 전하는 직장내 괴롭힘 신고 과정이 나와 비슷한 처지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한다. 

노동청에 진정을 넣는 것은 웹으로도 가능하다. 하지만 나는 노무사의 상담도 받고 싶었기에 노동청에 직접 방문했다.

진정서는 노동청에서 지정한 양식에 맞춰 회사 정보 및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로 진정을 넣는지 기재해 제출하면 된다. 서류만 작성하면 되기 때문에 특별히 긴장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오전 9시에 맞춰 도착했고 곧장 화장실로 가서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는 걸까?’ 자괴감을 느꼈지만 다른 사람들은 마음 편하게 다녀오길 바란다. 생각보다 우리 같은 사람들이 많아서 노동청 근무자들은 당신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진정서 제출로부터 2주 내외로 감독관이 배정될 것이고 감독관의 출석 요구에 따라 회사 소재지의 관할 노동청 지점으로 출석해야 한다.

이때는 관련 자료를 정리해서 가야 한다. 회사와 작성한 근로계약서, 직장 내 괴롭힘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 따위다. 구체적으로 폭언을 한 가해자의 음성이 담긴 녹음파일이나 메시지 및 메일 등이 필요하다.

감독관이 당신의 이야기를 친절하게 들어줄 거란 기대는 빨리 버리는 편이 좋다. 음성 파일은 중요한 부분이 어디인지 시간을 기록하고 대화 혹은 폭언의 내용을 타이핑해서 준비하자. 감독관은 당신이 준비한 음성 파일을 가만히 앉아 들어줄 만큼 여유롭지 않고 무조건 당신의 편도 아니다.

이 글을 검색해서 찾아온 당신의 싸움은 몇 개월이 걸리는 긴 싸움이 될 것이고, 노동청에 출석해서 조서를 쓰다보면 귀찮고 힘들고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남들도 다 이러고 사는데 내가 너무 예민한 걸까 혼자 방구석에서 고민하지 않길 바란다.

난 멀쩡히 다른 회사를 다니며 노동청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긴 싸움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이 글이 사소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길. 차가운 모니터 혹은 액정 너머로 이기적인 90년생으로 매도당하는, 당신과 똑같은 나, 그리고 우리가 연대하고 있음을 잊지 않길 바라며 짧지 않은 시리즈의 서두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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