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이봄 기자> 중국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중국 주식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중국 펀드에 투자했던 국내 투자자들이 하나둘 발을 빼고 있다. 춘체 연휴 이후 열흘 만에 개장한 중국 증시가 크게 흔들린 탓에 펀드 수익률 또한 부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5일 기준 국내에 설정된 182개의 중국 주식형 펀드에서 2167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신종 코로나 확산 공포가 확대됐던 지난 1주일동안 1732억원의 자금이 이탈했으며, 1년 전 대비로는 1조4027억원의 투자금이 유출됐다. 이는 일본·인도·베트남·브라질·러시아주식을 추종하는 해외 주식형 펀드군 중 가장 많은 수준의 유출이다. 5일 기준 중국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총 6조3464억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중국 주식형 펀드는 수익률 하락도 피해가지 못했다.

5일 기준 설정액 10억원 이상의 중국 주식형 펀드 182개의 1개월 평균 수익률은 -6.36%로 해외 주식형 펀드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중국 주식형 펀드 수익률은 지난 1주일동안 3.8%나 떨어졌다.

중국 주식형 펀드의 자금 유출과 마이너스 수익률은 신종 코로나 여파로 인한 중국 증시 하락의 영향을 받았다.

지난 3일 중국 대표지수인 상하이종합지수는 전거래일보다 8.73% 급락한 2716.70에 개장했다. 같은날 상하이증권거래소와 선전증권거래소에서는 3000개가 넘는 종목이 가격 제한 폭인 10% 아래로 떨어져 거래가 정지되기도 했다. 중국 증시는 지난해 12월 미국과 중국의 1차 무역합의가 이뤄진 후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이번 신종 코로나 확산 쇼크로 상승분을 모두 돌려주게 됐다.

신종 코로나 확산 여파가 홍콩 지수에도 영향을 주면서 홍콩 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ELS는 만기에 기초자산 가격이 정해진 수준 아래로 하락할 경우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통상 발행 시점보다 40~50% 이상 하락하면 녹인(Knock-In·원금손실발생가능 구간)에 도달하며, 만기까지 발행시점 지수의 80%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면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다.

지난달 20일 기준 1만1502.47까지 올랐던 홍콩 항셍 차이나기업(H)지수는 신종 코로나 확산 우려가 커진 지난 4일 1만188.99까지 떨어졌다. H지수가 지속 하락해 녹인 구간에 진입할 경우, 투자자들은 원금 손실을 피할 수 없다. 지난 한달 간 신규 발행된 H지수 연계 ELS는 약 3조4625억원으로, 전체 발행액의 3위를 차지하고 있다.

NH투자증권 김환 애널리스트는 “바이러스 공포 확산과 이에 따른 경기 회복 시점 지연이 글로벌 주식시장의 투자심리를 악화시키고 있다”며 “코로나 바이러스의 추가 확산 고비는 오는 10일 전후로 판단되며, 이에 따라 중국 주식시장의 단기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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