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이병화 시민기자> 요즘 건강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미디어에서 더 건강하게 인생을 살기 위한 영양식 관련 프로그램을 내보내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TV 프로그램에서는 미모를 뽐내기 위한 각종 상품을 선전하기 바쁜 것이 현실이다. 타인에게 깔끔하게 보여야 하고 향기를 뿜는 행위가 선호되는 세태에서 내면에 관심을 기울이는 작은 깊이를 보여주는 작품이 소설가 한강의 '아기부처'다.

작품의 '나'(최선희)는 기자 출신 앵커의 아내다. '나'의 남편(이상협)은 황금시간대에 뉴스를 진행하는 방송사의 뉴스 진행자다. 그런데 '남편'에게는 숨겨진 비밀이 있다. 중학교 시절에 겪은 화재로 인해 몸의 거의 전체에 화상흉터가 있다는 것이다.

'남편'은 같은 방송사에 함께 근무하는 교향악단 바이올리니스트와 교제하고 '남편'과 법률상 타인이 되어버린 '나'는 이 여성과 통화도 한다. 눈물을 억압해야 했던 '나'의 어린시절과 '나'의 냉정함을 탓하는 '남편'의 사랑은 '남편'의 새로운 교제 상대인 바이올리니스트의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끼리 사는 것은 시간낭비”(아기부처, p.101, 문학사상사)라는 증언에 의해 부정된다. 그런 '나'는 '남편'의 흉터에 집중한다.

눈물을 억압한 ‘나’의 어린시절과 ‘냉정’과 ‘열정’(염려하는 마음) 사이

흔히 남자와 여자가 사랑을 하면 자신을 객관화할 수 있는 능력을 배우게 된다고 한다. 한강의 작품에서는 세대를 뛰어넘어 공감할 수 있는 남녀 간의 사랑과 '서로를 객관화해 바라보는 것'이 표현되어 있다. 작품의 '나'는 '모친‘에게 눈물을 억압하는 철학을 습득한다.

"어쩌다가 내가 눈물을 보이면 두껍고 거친 손바닥이 날아오곤 했다. 나는 어머니 이상 손때가 매운 사람을 알지 못한다."(아기부처, p.87, 문학사상사)

'나'는 '남편'의 문제점을 직관적으로 분석한다.

"스스로의 논리 속에서 자신의 입장이 완벽해지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면을 알까. 그것이 그의 내면 깊숙이 숨겨진 약한 마음에서 비롯된 강박인 것을 알까."(아기부처, p.122, 문학사상사)

그리고 '남편'은 '나'의 냉정함을 탓한다.

"당신은 어떨지 모르지만 난 숨이 막혀, 당신 냉정한 얼굴만 보면."(아기부처, p.122, 문학사상사)

'나'와 '남편'의 파혼의 배경에는 눈물을 억압한 '나'의 어린시절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의 염려하는 마음은 '모친'과의 생김새가 비슷하다는 객관적 동일성에서 비롯한다. 이러한 인과관계를 받아들이게 되면 어쩌면 '남편'은 '남편'의 부모에서 더 나아가 자신과 가까운 타인을 염려하는 마음이 부족할 수도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와 반대로 '남편'이 냉정하다고 말한 '나'의 성정은 냉정함과는 거리가 먼 인물일수도 있다. '남편'은 '나'의 건강을 염려하는 상황에서도 자신을 위한다.

"어쩌자는 거야, 내가 생방송 중에 기침하면 좋겠어? 당장 병원 가서 주사 맞아."(아기부처, p.78, 문학사상사)

한편 '나'는 모친에게 '내 안에 부처가 있다'는 가르침을 배운다.

"그 스님이 그러더라. 관세음보살은 내 속에 있다고."(아기부처, p.111, 문학사상사)

아기부처의 꿈을 꾸기도 하는 '나'는 '남편'이 자신의 얼굴을 자해하려고 하자 이를 자신의 손으로 제지한 후 '남편'을 객관적으로 응시한다.

"밤사이 그의 이마에는 검푸른 피멍이 익어 있었다. 부어오른 자리를 조심스럽게 쓸어보자 잠결에도 아픈지 고개가 외틀어졌다."(아기부처, p.131, 문학사상사)

비동일적 상황 표상하는 ‘흉터’ 매개 통해 남녀 간 갈등 원인과 해결 모색해

이 작품은 '남편'을 분석하는 '나'의 객관적 시선이 타인에 대한 '냉정함'으로 오인되며 사랑은 깨지게 되고 사랑이라는 감정의 기본적 바탕인 염려하는 마음이 부족한 '남편'의 성정을 '흉터'라는 비동일적 상황을 표상하는 매개를 통해 잘 나타나고 있다. 또한 가족을 염려하는 마음이 곧 남녀의 진정한 사랑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작품에서의 '남편'이 자신의 얼굴을 자해하려는 순간 이를 막은 '나'가 지키려고 했던 것은 '남편의 "속에"(아기부처, p.111, 문학사상사) 있는 아기부처였을까, 아니면 '남편의 얼굴'이었을까.

저작권자 © 대한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