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임성민 기자> 의료자문제도가 보험금 지급 거절 사유로 악용된다는 지적이 계속되면서 금융당국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보험연구원 백영화 연구위원은 지난 9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의료자문 관련 규제 강화 시 고려사항’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 여부 심사를 결정함에 있어 의학적 전문가의 판단이 필요한 경우 의료기관으로부터 자문을 받는다.

하지만 의료자문 결과가 보험금을 감액 지급하거나 지급 거절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자문의는 보험사의 의뢰를 받아 보험사로부터 자문료를 지급받기 때문에 그 의견의 객관성·공정성이 확보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금융당국은 이에 최근 보험업감독규정을 개정해 의료자문 관련 설명의무 조항을 신설했다. 보험업감독규정 제4-35조의2 제11항을 보면 보험사는 심사·지급 단계에서 소비자에게 ▲의뢰 사유 ▲의뢰 내용 ▲의뢰 시 자료의 내역 등을 알리도록 했다. 또 부지급 또는 적게 지급한 경우 자문기관과 자문 의견에 대해서도 소비자에게 설명해야 한다.

백 연구위원은 의학적 판단이 필요한 보험과 관련해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자문기구나 자문절차를 마련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현재 보험협회가 의학회와 MOU를 체결하고 민원과 분쟁이 잦은 사안을 중심으로 공동 의료자문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이 경우 보험사가 직접 자문의에게 의뢰하는 방식보다는 신뢰도가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험협회를 통한 의료자문이라는 점에서 객관성·공정성 시비를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울 수 있을 것이며, 소비자 분쟁을 최소화하고자 한다면 장기적으로 감독당국을 통한 의료자문 절차나 보상자문기구 제도를 마련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보험사가 의료자문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정당하게 이뤄지거나 보험금 심사 활동까지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전문가의 조력을 얻을 권리가 있는데, 관련 규제가 강화될 경우 순기능도 저해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허위 또는 과다 입원·진단 등으로 인한 보험사기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자문은 과잉 진료나 보험사기로 인한 보험금 누수와 이로 인한 보험료 인상을 방지하기 위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백 연구위원은 “의료자문 관련 규제를 강화함에 있어서는 의료자문의 공정성과 신뢰도를 높이고 소비자의 알 권리를 제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와 함께 의료자문의 순기능을 인정해 정상적인 의료자문과 보험금 심사 활동이 저해되지 않도록 균형있는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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