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보험설계사를 시작했다는 지인들의 연락이 온다. 좋은 보험이 있다며 가입해 달라는데 정말인지 모르겠다. 받는 월급은 뻔한데, 관계 때문에 가입했다가 나중에 후회하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나의 '재무설계'에 도움이 되는 보험인지 알아보고 싶다. 그런데 시간이 없다. [편집자 주]

<대한데일리=임성민 기자> 주변에서 흔히 보험설계사 일을 시작했다는 지인을 볼 수 있다. 지인은 초반에 나에게 접근해 보험의 장점을 설명하며 가입할 것을 권유한다. 난감하다. 그런데 보험 가입 뿐 아니라 종종 설계사 일을 해볼 생각이 있는지도 물어 온다. 정년이 없고, 하는 만큼 벌 수 있어 꿈의 억대 연봉도 남의 일이 아니라고 나를 현혹한다. 보험설계사, 정말 괜찮을까

보험설계사는 진입장벽이 다른 직업군 대비 낮아 일을 배우기 쉽고 취업도 쉬이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90세가 넘는 어르신도 수 십 년간 설계사 일을 할 만큼 정년이 없으며, 수 억원을 벌어들이는 설계사도 있다. 설계사 일을 권하는 지인의 말이 틀린 말이 아니라는 뜻이다.

하지만 진입장벽이 낮은 만큼 내 경쟁자는 많고, 돈을 벌긴 어렵다. 설계사를 보호해주는 제도적 안정장치도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은 큰 단점으로 꼽힌다.

설계사는 보험사나 GA(독립법인대리점) 등에 속해 있지만 개인사업자로 분류된다. 소속된 회사와 위촉계약서를 작성하고 상품을 판매하지만 4대보험(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산재보험) 전부 가입이 불가능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다.

이는 고용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일을 하다가 그만뒀을 때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고,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혜택이 없을 수 있다는 얘기다. 또 회사에서 만든 위촉계약서를 작성해야만 근무할 수 있어 불가피하게 불공평한 계약서를 작성해 향후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도 있다.

개인사업자임에도 내 시간이 없다는 모순도 있다. 일반적으로 설계사를 모집할 때 ‘가족 같은 분위기’, ‘자유로운 출·퇴근’, ‘사생활 보장’ 등이 거론된다. 자유롭게 영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놀면서 일한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금은 다소 늦어졌다고 하나 일반 직장인보다 이른 출근시간과 퇴근 시간도 정해져있지 않다. 늦게까지 근무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모든 보험사가 설계사를 관리하는 방법은 다르지만 일부는 주말에도 출근 및 영업을 강요하는 경우도 있다. 사무실로 무조건 출근하라며 미출근 시 직접 집으로 찾아가 데리고 나온다는 보험사도 있었다.

영업(활동이라 지칭)도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 활동을 나갈 때 누구를 만날 것이며, 만나고 있는 장소에서의 영상통화, 실시간 보고를 통해 심리적·육체적 압박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설계사 초반, 지인영업을 주로 강요하는 경우가 많다. 지인 명단을 작성토록 하며, 연락처와 친밀도를 구분해 첫 영업 타겟을 선정하기도 한다. 보험 영업으로 자칫 친한 친구가 남이 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영업이 잘 돼도 곤란한 사례는 있기 마련이다. 고객이 보험가입 청약을 한 후 월급을 받았는데, 청약 철회를 하거나 불완전판매로 적발되면 수수료를 뱉어내야 한다. 회사에서 정한 계약 유지기간을 채우지 못해도 수당을 일부 돌려줘야 한다. 이를 ‘환수’라고 한다.

보험설계사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인 만큼 일반 직장인과 비교해 낮은 세율(종합소득세율 3.3%)을 적용받는 장점이 있다. 억대 연봉자라면 낮은 세율로 더 높은 소득을 챙길 수 있다. 연말정산 혜택도 상대적으로 더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단점도 너무 많다. 1년에 도입되는 설계사가 수 만명이지만 그 중 1년을 못 버티고 나가는 설계사가 60~70%인 것만 봐도 쉽게 생존할 수 없는 구조란 걸 증명한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해서는 안 되는 직업이 ‘보험설계사’다. 설계사 일을 시작하려거든 신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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