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임성민 기자> 과거 발생한 신종 인플루엔자, 메르스나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에 대한 리스크를 보장하는 보험 상품이 개발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보험연구원 송윤아 연구위원은 지난 16일 ‘감염병 리스크 대비 보험 상품 개발 필요’ 보고서를 통해 “의료기술 발전과 방역체계 강화에도 불구하고 감염병 발생 빈도와 감염병 위험에 대한 경제적 민감도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감염병으로 인한 경제적 민감도의 증가는 국가 간 이동 증가, 도시화 및 인구 밀도 증가, 사람과 동물 간 접촉 증가, 기후변화, 국가 간 교역 증가 등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1918년 발생해 세계인구의 2.8%인 5000만명이 사망한 스페인 독감이 유사한 수준으로 지금 발생한다면 8000만명이 사망하고 세계 GDP는 5%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송 위원은 “감염병 확산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감염, 치료 및 격리, 사망에 따른 인적 손실과 경제주체들의 불안심리로 인한 경제활동 위축 및 글로벌 공급망 실패에 따른 손실”이라며 “무역과 관광업이 세계 경제의 약 18%를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세계 경제는 감염병에 매우 취약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감염병에 따른 경제적 손실 규모도 크다. 매년 70만명 이상이 감염병으로 사망하며, 손실 규모는 전 세계 GDP의 0.7%(57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감염병으로 인한 타격은 우리나라도 피해갈 수 없었다.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2015년 메르스에 이어 코로나19 감염증 등으로 경제적 피해액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 중 메르스는 2조3010억원의 경제적 피해를 야기한 것으로 추산된다.

코로나19의 경우 관광 수입이 9000억원, 수출은 1조5000억원에서 2조5000억원 가량 감소하고, 국내 소비가 0.1%포인트 이내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송 위원은 “감염병 창궐이 반복되고 그로 인한 기업의 보장공백이 커짐에 따라, 감염병 리스크의 부보 가능성에 대한 전향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별도의 감염병 리스크를 보장하는 보험 상품이 없는 상태다. 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사고 발생 시 손실규모가 큰 꼬리(리스크(Tail Risk)인 데다, 피해액 산출이 어려워 보험사들이 꺼려하기 때문이다.

송 위원은 해외 사례로 ‘전염병 지수형보험’을 눈여겨 볼 만 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해외 모델링 기업들은 국가단위 방역수준, 인구밀도, 인구이동, 운송패턴 등과 같은 변수들을 이용해 감염병 리스크의 발생 가능성 및 영향도 예측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해외에서는 관광이나 항공산업 등과 같이 전염병과 경영성과 간 유의한 상관관계를 보이는 감염병 민간산업을 대상으로 전염병 지수형보험 개발안이 논의되고 있다. 지수형보험은 감염병으로 인해 실제로 발생한 손실금액이 아닌 일정기간 동안 감염된 사람의 수 등의 객관적 지표에 따라 보상 여부 및 금액이 결정되는 보험상품이다.

송 위원은 “국내에서는 기상청과 보험업계가 기후 예측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기업의 손실을 보장하기 위해 날씨 민감산업을 대상으로 날씨변화에 따른 손실액을 보상하는 지수형보험을 개발한 바 있다”며 “유사 상품을 만들 수 있을지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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