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데일리=김주영 시민기자> 수년전 M방송사 러브하우스라는 프로그램의 BGM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달동네의 허물어져가는 어떤 열악한 집이라도 그 음악과 함께라면 가족 구성원 모두를 고려한 멋진 공간으로 탈바꿈하곤 했다.

건축가의 손을 거쳐 누구라도 살고 싶을 만큼 예뻐진 집과, 집을 보고 감동하는 거주자들, 러브하우스는 내 집 갖기를 소망하는 사람들에게 오래된 집에 새 생명을 불어 넣는 리모델링의 힘을 보여준 프로그램이었다. 

프로그램이 끝난지 20여년이 흐른 현재,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치솟는 서울·수도권 집값에 내 집 한 칸을 마련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졌다. 허리띠를 아무리 졸라매도 신축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그래서 구축을 사 그럴듯하게 리모델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작년 가을, 결혼을 하면서 필자도 은행의 힘을 빌려 집을 마련했다. 20년이 넘은 구축이었기에 리모델링은 필수였다. 하나부터 열까지 선택의 연속인 리모델링 과정은 설렘과 기쁨으로 시작했지만 고민과 좌절, 타협 같은 힘든 과정도 있었다. 

전직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평생의 꿈이었던 나만의 러브하우스를 갖기 위해 겪은 시행착오를 공유하고, 미리 알아두고 체크해두면 좋은 홈 인테리어 과정을 소개하고자 한다. 

리모델링의 시작에서 부딪히는 첫 난관은 단연 ‘돈’이었다. 저렴한 업체라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다. 긴 시간과 한정된 예산을 들여 내가 살 공간을 준비하는 만큼 나의 사정을 이해하고, 조율해나갈 역량을 지닌 업체를 선정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세련되고 멋진 인테리어의 공간을 실현하기 위해서 높은 예산을 필연이다. 나의 로망인 공간을 디자인해 줄 회사에서는 '억' 소리나는 단위의 예산을 얘기한다. 그러니 이런저런 통로를 통해 업체를 만나고, 적절한 예산을 제시하는 업체와 계약해야 한다. 

보편적으로 집이 있는 지역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동네 인테리어 업체를 여러군데 돌아다니며 직접 미팅을 해보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지역 카페에서 이사갈 건물과 유사한 시공사례가 있는 업체의 후기를 들어볼 수도 있다. 

열심히 인터넷 서핑을 하며 포트폴리오를 보고 원하는 스타일의 시공 사례가 많은 업체에 직접 연락을 취해볼 수도 있다. 

소비자와 인테리어 업체를 중개해주는 중개플랫폼에서는 내가 직접 발품 팔지 않아도 업체를 비교, 추천해주고 문제발생 시 책임져주는 제도 등이 서비스 옵션으로 있다.

막연하게 “20평대 아파트 견적요청 드립니다”라고 하면 업체에서도 뭉뚱그려 견적서를 줄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견적 변동도 많아지고 ‘믿을만한’ 업체 선정에 어려움이 생기게 된다. 똑똑하게 견적을 요청하기 위해서 사전에 체크해야 할 사항은 무엇일까?

우선 공사 현장을 잘 파악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대체로 대한민국의 아파트나 빌라들은 구조가 비슷해서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구조가 비슷하다고 대충하지말고 집을 계약할 때 전주인의 짐이 있어 미처 체크하지 못한 것들을, 공실인 상태에서 꼼꼼히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업체 견적 요청 시 이사갈 집이 공실이면 현장에서 미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추가 단열이나 보수할 부분이 있는지, 기존 마감재가 어떠한지, 부분수리만 해도 될지, 전체 수리가 필요할지 등을 현장에서 바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주자가 있어 사전에 현장 미팅이 불가능하다면 견적 요청 이전에 인터넷에서 구할 수 있는 평면도를 준비해 이사갈 집의 현재 거주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실측과 사진을 찍어두면 좋다. 견적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샤시나 주방 싱크부분, 화장실 사이즈 정도는 체크해 두면 인터넷 도면과 실제 치수가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견적을 받아 추후에 업체에서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것을 줄일 수 있다.

또한 리모델링 관련 카페에서 공개된 마감재 가격을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에 바닥재는 강마루로 할 것인지 장판으로 할 것인지, 벽지는 합지벽지인지 실크벽지인지를 결정하면 업체가 터무니없이 비싸게 견적을 내 놓은 것인지 합리적인 가격인지 판단할 수 있다.

‘하는 김에 저렴하게’라는 생각으로 전반적인 공사를 다 할 수도 있지만 굳이 손대지 않아도 되는 부분은 과감히 제외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문은 교체하되 문틀을 재사용을 하고 필름 시공을 한다던지, 꼭 해야만 하는 부분과 하고 싶은 부분을 잘 구분해서 불필요한 공사비가 추가되지 않게 해야 할 것이다. 기능에 문제가 없다면 필름이나 페인트 등 마감 색상 변경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입주 전 후 가구, 가전제품 계획 역시 중요한 부분인데 식탁이나 침대, 소파, TV, 냉장고, 세탁기 등 큰 가전제품은 크기와 설치장소가 고려되어야 공간 설계와 전기 및 설비작업을 미리 할 수 있다. 가족구성원들의 직업, 나이, 취미에 따라 생활패턴이 다양하고 각자의 취향도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원하는 방향을 더욱 명확히 하는 것이 나만의 공간구성을 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거실 공간을 티비와 소파가 마주하는 공간으로 할 것인지, 가운데 큰 테이블을 두고 북카페 같은 공간으로 만들 것인지, 방처럼 활용하고 방 공간을 거실처럼 꾸밀 것인지, 아이방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지, 방 안에 칸막이벽을 이용해 드레스 룸을 별도로 만들거나 메이크업 룸을 만들어 줄 것인지 등 나의 니즈를 명확하게 해야 설계 단계에서 구조변경이나 조명 배선, 전기 콘센트를 필요한 부분에 신설할 수 있다.

나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 공간 리모델링, 똑똑하고 합리적으로 준비하려면 수고스럽지만, 조금 더 고민하고 한발 더 움직이는 것이 해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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